막바지에 접어든 여야의 공천 성적표는?

4·11 총선 결과에 의해 최종적으로 가려질 점수지만, 채점자인 경기지역 유권자들은 주저없이 낙제점을 주고 있다. 타 시도에서 공천을 기웃거리던 인사에게 버젓이 경기지역을 내주는 '돌려막기'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낙하산' 공천 앞에 도민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조롱당했다. 목청 높던 쇄신·개혁 공천은 전·현직 의원들의 프리미엄에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났고, 대권을 염두에 둔 제 식구 챙기기에 4년 만의 정치축제는 대선용 '징검다리 선거'로 전락해 버렸다.

■ 새누리당의 돌려막기 공천 = 13일 경기도의 수부도시인 수원을(권선)에 배은희(비례대표) 의원이 공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배 의원은 당초 서울 용산에 공천을 신청했다 실패한 뒤 조전혁 의원의 낙마로 자리가 빈 인천 남동을에서 출마를 저울질해 왔다. 수원과는 이렇다 할 연고가 없다.

앞서 부천 원미을에 공천된 손숙미(비례) 의원은 부산 중·동에서 공천신청을 했다 낙천했었고, 송영선(비례) 의원은 대구 달서을과 파주갑에서 잇따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취소한 뒤 남양주갑으로 옮겨 유력한 공천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원정(영통) 공천에 실패했던 고희선 전 의원도 화성갑으로 경기장을 옮겨 공천됐다.

■ 민주통합당의 낙하산, 전·현직 공천 = 경기지역에서 전략공천된 6명 중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단 1명뿐이다. 과천·의왕의 송호창 변호사와 안산 단원의 백혜련 전 대구지검 수석검사, 광명을의 이언주 변호사, 여주·양평·가평의 조민행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집중 배치돼 경기도를 향후 '검찰 개혁'기지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내에서 공천을 신청한 전·현직 의원 전원이 생존하면서 '개혁 공천' 구호를 무색케 했다. 지난달 24일 2차 공천에서는 전·현직 13명 중 11명을 단수로 공천, 정치 신인들에겐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 대선용 징검다리 선거 전락
= 유력 대권주자들의 '내사람 심기' 경쟁속에 전횡이 이어졌다. 새누리당에선 도당 위원장인 정진섭(광주) 의원과 백성운(고양 일산동) 의원 등 대표적인 친이계가 고배를 마신 반면, 친박계 핵심인 유영하 후보가 군포에서 공천받아 세 번째 총선에 나서게 됐다. 수해골프 파문과 탈당 전력의 홍문종 전 의원이 의정부을에 공천된 것도 친박계의 부활로 해석됐다.

민주당도 이학영 전 YMCA 사무처장의 군포 공천을 놓고 구민주당 출신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5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했던 부천 원미갑은 한국노총을 배려한다며 느닷없이 전략공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순기·정의종·이재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