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2만3천명 시대를 맞았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송환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반대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작 대다수는 한국내 탈북자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방관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배가 고파 국경을 넘었다면 탈북 청소년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사선을 넘었건만, 이질적 한국사회에 치이고 또 치여 한국에서마저 숨어 지내는 현실이다. 북한이탈주민의 39%를 차지하는 학령기 청소년들이 교육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2009년 10월 박현진(17) 양은 한국에서 가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 14세였던 현진이가 초교 6학년에 전입한 첫날, 자신을 중국 유학생으로 소개하려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현진이의 신분을 그대로 노출시켜 버렸다. 이후 현진이에게 찍힌 '탈북자'라는 낙인은 그의 모든 행동에 색깔을 입혔다. 한국 학교에 대한 인상을 묻자 그는 "왕따가 너무 심하다"며 "샴푸를 잘못써서 비듬이 생긴 적이 있는데 친구들은 '북한사람은 목욕도 안한다'며 놀렸다"고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회고했다. 현진이는 결국 초등학교를 옮겨 졸업하고, 중학교는 탈북청소년만 모여 있는 한겨레 중학교로 진학했다.
상처를 입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초등생 두명을 자녀로 둔 A씨는 경기서북부하나센터 상담사에게 울분을 토했다. 아이들이 '땅꼬마', '거지새끼'로 놀림을 받아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래아이들보다 작고, 말투도 북한 억양을 쉽게 고치지 못해 놀림거리가 되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에 피멍이 들었단다.
상담사는 "탈북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며 "한마디로 북한에서 배곯던 거 생각하면 밥 세끼 먹는데 감사하라는 식"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탈북청소년들이 문화적 차이와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목숨 걸고 넘어 온 땅에서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숨어들고 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마저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변변한 대안조차 없다.
의정부에서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김혁찬(가명·20)씨는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부천의 인문계 고교 2학년에 전입했지만 곧바로 그만뒀다. "또래 집단에서 어울릴 수 없는 신분이란 걸 알게 됐고, 수업시간에 떠들고 야동을 보며 규율이 무시되는 교실문화도 견딜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를 "스트레스만 주는 곳"이라며 "차분하게 공부해 성공하고 싶으면 차라리 대안학교 등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윤상석 무지개청소년센터 부소장은 "현재의 탈북자들에게 걸맞은 예방접종을 못한다면 통일 이후 겪을 문제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을 것"이라며 탈북청소년을 위한 맞춤 교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선회·권순정기자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1]놀림의 대상인 '탈북'
낙인찍는 남쪽의 편견 꿈을잃은 죄인같은 삶
색안경 끼고 말투·생김새 놀려 '노골적 따돌림'
입력 2012-03-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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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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