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시대 지명으로 추정되는 '백촌동(柏村洞)' 등의 문구가 적힌 선바위가 덩굴과 수목에 덮인채 방치되고 있다.
인천지역 도시개발 사업지구에서 문화재 지표 조사중 발견된 각종 유적이 지자체의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다.

이 중에는 문화재청에서 보존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낸 곳도 있었지만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 동춘1동 동춘2구역 도시개발 사업 지구 일대에서는 지난 2006년 인하대박물관과 동춘2구역도시개발사업조합의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조선시대 초당 우물, 명문이 적힌 선바위, 구석말의 우물·향나무 등이 발견됐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초당 우물은 조선시대 초당 서당이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졌다. 선바위에는 일제강점기 이 지역의 지명으로 추정되는 '백촌동(柏村洞)'이라는 명칭과 무민대(無悶臺), 지정심존(地靜心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문화지표조사 결과를 문화재청에 보냈고, 문화재청에서는 보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회신했다. 시는 회신 내용을 바탕으로 조합에 유적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라는 공문을 지난 2007년 1월에 보냈다. 이어 연수구에는 앞으로 관리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유적을 관리하기가 어려우니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관리해 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26일 연수구에 확인한 결과, 구는 유적이 있는지 여부도 모르고 있었다. 연수구 관계자는 "(그런 유적이 있는지는) 금시초문이다. 문화재 관련 업무를 오래 담당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전달이 안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조선시대 초당 서당 인근에 있어 '초당 우물'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알려진 우물이 잡풀 등으로 덮인채 방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유적은 방치되고 있다. 26일 해당 유적을 찾아간 결과, 초당 우물에서는 여전히 물이 나와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었으나 잡풀 등으로 덮여 제대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선바위는 적힌 문구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덩굴과 수목으로 덮여 있었다. 구석말의 우물·향나무는 위치도 파악되지 않았다. 조합은 앞으로 유적 인근에 공원을 조성해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인근 동춘1구역은 더욱 심각한 상황. 지난 2005년 인하대박물관의 문화재지표조사 결과,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 법당의 오래된 무속용품과 무속도 등이 발견돼 보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자체의 무관심속에 조합에서는 보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문화지표 조사를 담당하는 인하대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인하대 박물관에서 2006년 이후 2008년에도 조사를 나가 선바위(초당바위)는 보존이 필요하고 안내판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며 "동춘1구역도 무속도 등을 향토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문화재청에서 보존하라는 결과가 온 만큼 구청에서 해당 내용을 파악해서 조합과 업무 협의를 해서 구체적 관리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