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2011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천342억 달러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2%이다. 수입은 864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6.5%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전체 교역의 비중은 20.4%이다. 한국이 교역을 하는 240개국 중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중 FTA가 우리의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다양하다. 기존의 FTA와는 다르다. 한·미 FTA는 양국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제품이 쉽게 나뉜다. 한국은 섬유, 의류에 비교우위가 있고, 미국은 비행기에 비교우위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비교우위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산업발달이 비슷하고, 산업구조와 생산도 비슷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양국간 교역규모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교역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용도 양국간 교역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워낙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어떤 제품이, 어떻게 FTA 효과를 등에 업고 빠르게 양국시장을 누빌지 가늠하기 어렵다.
먼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명목관세율은 9.7%이다. 미국(3.5%), EU(5.6%)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명목관세율보다 실효관세율이 더 낮다. 중국이 부과하는 실효관세율은 3.9%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5%이다. 명목이 됐든, 실효가 됐든 관세율만 놓고 보면, 한·중 FTA가 한·미 FTA보다 우리에게 훨씬 기대가 큰 FTA이다. 게다가 중국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관세를 환급해 준다. 한국 제품을 수입해다 쓰는 중국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FTA 효과는 관세 인하폭보다 클 것이다. 실제 관세 인하폭에 기대심리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한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수입은 예상보다 복잡한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김치를 예로 들어 보자. 2010년 국내 김치소비량은 124만t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1년간 먹는 김치의 양이다. 금액은 2조3천321억원에 달한다. 김치는 직접 해 먹는 집도 있고, 사다 먹는 집도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1년 23만t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5분의 1은 중국에서 수입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중국산 김치에는 20%의 관세를 부과한다. 20%의 관세를 부과해도 국내에서 만든 김치보다 싸다.
20%의 관세마저도 없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미 소규모 식당의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했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은 FTA가 발효되면, 더욱 중국산 김치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밥을 하나 팔아서 남는 이윤이랑, 중국산 김치를 쓰면 남는 이윤이랑 별 차이가 없어진다. 나아가 가정 식탁에도 중국산 김치가 오를 것이다. 중국산 김치를 만드는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우리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마도 한국기업들도 중국으로 가서 보다 고품질의 김치를 만들어 수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차 피해는 김치를 만드는 소규모 중소기업들이다. 피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농가의 피해도 발생하게 된다. 김치에는 온갖 양념이 들어간다. 파, 마늘, 무 등.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한·중 FTA를 하게 되면 중국산 배추보다 중국산 김치가 더 무섭다고.
FTA를 하고 안 하고는 정부가 결정한다. 물론 정부는 꼼꼼히 경제효과를 따져 보고 신중하게 파트너를 고른다. 그러나 FTA 경제효과는 똑 부러지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FTA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외교적인 요인도 FTA 체결에 영향을 미친다. 한·중 FTA에 대한 중국의 짝사랑은 이제 결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짝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중 FTA의 결말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