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석 인하대 HK교수가 '1930년대 시로 읽는 조선의 근대'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한국 현대시의 최전성기는 언제로 봐야 하나.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조강석 HK교수는 1930년대라고 말한다. '근대'가 막 시작될 시점이 우리 현대시의 최절정기였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2012년 상반기 두 번째 강좌에서는 '1930년대 시로 읽는 조선의 근대'란 주제가 다뤄졌다. 이날 강좌는 조강석 인하대 HK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1930년대가 얼마나 역동적이었고 급박하게 변화가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얼마나 화려한 시(詩)의 세계가 펼쳐졌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 태평양전쟁(1941) 등을 거치면서 일본이 제국주의적 면모를 본격화하게 되고 대동아공영권의 논리로 세계사적 보편을 참칭하자 식민지로서의 조선의 현실은 더욱 엄중해졌다. 이런 가운데, KAPE 해산(1935), 조선 사상범 보호관찰령(1936), 국어(일어) 사용의 의무화(1937), 각급 학교에서의 조선어 과목 폐지 조치(1938) 등이 내려졌다. 잇단 전쟁 준비 속에서 민족·문화 말살정책이 강제됐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런 1930년대 시단이 크게 일어난 것은 식민 치하의 도시 성립이라는 형용모순적 상황 속에서 시인들에게는 삶의 조건에 대한 엄중한 반성적 사유가 요청됐다는 것이 조 교수의 평가다.

조강석 교수는 1930년대 시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식민지 체제하라는 당대의 사회·역사적 정황을 고려해야 하며 둘째, 비록 식민지 상황에서 왜곡된 형태로 성립된 것일망정 일정하게 근대적 도시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고, 또한 더욱 중요하게는 이러한 사회·역사적 조건에 의해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현실과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자율성을 띠고 있는 미적 영역 내부의 전개 원리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1930년대 대표적 시인으로 정지용·이상·김기림·백석·오장환 등을 꼽고, 이들의 시세계에 대해서도 각각의 대표시를 놓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삶의 조건이 변화하는 속에서 자기 탐색의 기회가 많아지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인들의 시세계도 풍성해졌다고 본다"고 했다.

다음 세 번째 강의는 4월 1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김종준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가 나와 '한국사의 근대성과 민족성'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정진오기자

인하대·인천시립박물관·경인일보 공동 주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