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석탑 소유주인 일본 오쿠라 문화재단이 돌려주는 조건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본 화가 요코야마다이칸(橫山大觀 1868~1958)의 그림과 맞교환을 제안, 적지않은 난항과 함께 새로운 국면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상임위원장·조명호, 이하 환수위)에 따르면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오쿠라 문화재단이 최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요코야마다이칸의 그림 '정적'을 주면 오층석탑을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수위측은 오쿠라 문화재단의 제안에 대해 "이는 약탈문화재 환수가 아닌 물물교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문화재 반환에 역행,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분간 환수 활동이 답보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수위측은 "정부의 도움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운 것은 처음부터 돌려줄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상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천오층석탑은 11세기 고려 초기 이천향교 부근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됐으며,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18년 토목·건축사업을 하던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됐다.
그후 오층석탑의 강탈 사실이 잊혀졌다가 지난 2003년 이천문화원이 발행하는 '설봉문화'에 그 존재 가치가 소개된 후 지난 2008년 33개 이천시민단체로 구성된 이천오층석탑되찾기 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시민 차원의 환수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천시와 환수위는 오는 29일 AM(미국박물관 총회)방문에 이어 5월 환수 의지 표명을 위한 대대적인 탑돌이 문화제를 진행키로 하는 한편 일본인들이 즐겨찾는 소주병 등에 오층석탑 환수 홍보문안을 적시키로 하는 등 대대적으로 환수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국보급 유물로 평가받는 이천오층석탑은 높이 6.48m, 폭2.1m로 현재 일본 오쿠라호텔 뒤뜰 집고관(集古館)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정적'은 조선왕실이 일본의 압력에 못 이겨 점당 500~3천500엔이라는 고가의 가격을 주고 사들인 뒤 광복 전까지 덕수궁 석조전에 전시했던 아픈 역사가 배어있는 작품으로 선묘를 최대한 억제한 '몽롱체(朦朧)'가 잘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천/심재호·서인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