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자 /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물론 이 글이 문자화되어 독자 손에 들어갔을 때는 투표가 한창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총선기간 동안 나는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정책 방향과 해결해야 할 지역 과제 개발에 참여했고, 선거 즈음해서는 시간이 되는대로 아침 출근 전 한시간씩 아주대학교 앞에서 투표를 참여하라는 1인 시위를 했다.

투표 참여를 권하는 내게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관심, 정치 혐오적인 태도, 심한 경우 진저리치는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선거 관련 대화에서도 대부분 투표를 통한 정당 선택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무관심하거나 언론 보도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은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려 한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과 자살에 관한 기사가 신문을 장식한다. 요 며칠은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하다. 또 일가족 자살 사건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우리나라 언론이 살인자나 자살을 다루는 보도 태도는 그 원인을 우울증, 가족 불화 등 개인사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 해결책도 그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가장 극단적 모습인 살인과 자살이 집권 정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면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최근 제임스 길리건(James Gilligan)이라는 미국 정신의학자가 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이희재 옮김, 교양인 2012)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그 출발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자살과 살인이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같은 요인 아래 동시에 움직이는 사회 현상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우리를 맞닥뜨리게 하고, 특히 이런 문제는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의 결과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정치과 폭력치사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00년부터 매년 국립보건통계원이 '인구동태통계자료'를 낸다고 한다. 길리건은 통계가 시작된 1900년부터 이 책의 저술을 위해 자료이용이 가능한 2007년까지 108년동안의 살인과 자살률을 합한 폭력 치사 통계를 검토하던 중 뜻밖의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첫째, 살인과 자살은 아주 다를거라고 생각했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늘 동반 상승, 동반 하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둘째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그가 검토한 100여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큰 규모로 상승하고 극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뚜렷이 나타냈는데, 폭력치사의 증감이 대통령 선거 주기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즉, 자살과 타살은 백악관의 주인이 공화당일 때와 민주당일 때 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결과는 다양한 통계 방식을 이용해 검증했지만 매우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정치권력이 폭력치사에 미치는 영향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이나 대공항, 냉전, 시민혁명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폭력치사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더 밀접하게 나타나고 있음도 보여준다. 물론 정치권력이 직접 자살 및 살인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빈곤, 불평등, 실업이 매개역할을 함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시종일관 치밀하고 냉정한 논리로 정치와 폭력치사와의 관계를 밝히고 폭력치사는 개인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아니라 정치가 책임져야할 부분임을 보여준다. 빈곤, 불평등, 실업이 증가하도록 하는 정책기조를 가진 권위주의적 정권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매 선거때마다 중하류층과 극빈층을 이간질해서 내 지갑을 얇게 만드는 주범이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초점을 흐리는 정당 속성도 지적하고 있다.

오늘 한 개인의 판단에 따라 모여진 한표 한표가 이제 향후 4년을 통치할 권력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참여를 통해 내 의사를 명확하게 내 놓는 것도 중요하고, 그 전에 정당정책 안에 숨겨진 1인치의 간교함을 알아차릴 혜안도 필요하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정치가 내 일상생활의 안전과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면 왜 우리가 좀더 나은 정치인을 선택해야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오늘 국민으로부터 4년간 통치를 위임받은 정당은 미국 통계가 보여주는 자살과 살인율을 한국사회에 적용해 그 폐해를 최소화할 수있는 정책을 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