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총선이 끝났다. 일반 국민은 이번 선거가 축제였는지, 아니면 소음이었는지 모를 꽤 긴 시간으로 느꼈을 것이다. 새 국회 역시 임기동안 입법, 주요 공직자 임면 동의, 예산 및 국정통제업무 등을 할 것이다. 어느 한 가지 국민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게 없다.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관련입법과 개발업무를 보기도 한다.

그동안 국회가 입법한 부동산관리법률들은 100여개가 훨씬 넘는다. 이 가운데는 방대한 국토계획법과 소정의 가격규제법들이 있다. 민생과 밀접한 우리 부동산가격규제법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규제의 수단과 양이 과다하다. 선진제국 대부분은 건강한 시장보호를 위해 시장직접개입이나 과세 등의 규제에 한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동산값문제가 불거지면 앞뒤 잘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재산규제법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서민경제증진, 안정성, 형평성 제고 등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보면 그 규제들이 안정과 형평을 더 어렵게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들지 말아야 될 법들을 만들었고, 폐지 또는 고쳐야 할 법을 제때에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민생침해 부동산가격규제법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불명예 나라가 되고 말았다.

잘못된 부동산개발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이 가운데는 새 법에 의존한 개발도 있으나 옛 법에 의존한 신개발도 있다. 종종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되는 부동산 공영개발이 끝 간 데 없이 남발되어 왔다. 몇 가지 대표 사례들을 보자. 일부 신도시의 건설, 균형을 내건 지방 곳곳의 도시건설, 정치목적의 댐, 4대강사업, 보금자리 등과 같은 주로 중앙정부 주도에 의한 건설이 그것이다. 필요성이 낮은 대단위 지방택지개발, 특수시설 개발, 유용성 낮은 경전철 등 교통로 건설, 우후죽순처럼 지은 지방호화청사들도 있다. 많은 경우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을 방만하게 벌여왔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개발은 효율은 물론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빚더미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도 그래왔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땅이 국민, 특히 서민들의 주름살을 깊게 파이게 하는 부동산값규제법들과 방만한 공영개발 등이 폭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동안의 정부가 실패했고 국회는 정부와 함께 부패 또는 무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 국회가 이러한 불합리한 입법이나 개발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충돌하면 우선 경제논리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민생 관련 주요입법이나 개발을 여론몰이로 관철하려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당이나 공천권자의 뜻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건 공정한 가치다. 어떻게 하는 게 공정한지는 민생을 위한 경제논리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

둘째, 불합리한 상명하복이나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드는 행정주도 사업에 대해서는 정당, 정파를 떠나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때로는 많은 예산을 부어 육성한 공공투자연구기관이나 관변 학자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궤변으로 무장하여 잘못된 규제나 개발을 감행하려고 하는 행정부를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 깊은 공부를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셋째, 잘못되었거나 무리한 부동산공약은 반드시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 부동산공약은 오랜 후대에까지 민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약속은 지켜야 한다'라고 하는 금반언(禁反言)을 이에 적용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불합리한 공약을 해 놓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라고 밀어붙여 민생이 더 어려워진 사례가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잘못된 부동산공약은 국민들께 용서 구하든가, 스스로 책임지고 바꾸거나 해야지 이를 강행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깨끗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라고 위탁된 권력을 자신의 위세와 호의호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부패와 기만, 편 가르기나 지역감정 등으로 연명해 온 악취 심한 일부 다선의원보다 단 한 번 임기라도 오직 민생의 혈로를 더 건강하게 하려고 최선 다한 깨끗한 의원이 오랫동안 세상에 상쾌한 향기를 발하는 것이다. 모든 의원들 스스로 좋은 향기를 발하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국민들은 자연히 국회를 신뢰하게 되어 다음 선거는 축제 분위기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