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의 전체 결과와는 별개로 경기·인천지역은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전체 의석 64석 중 절반을 훌쩍 넘는 37석(57.8%)을 야권이 차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민심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선거에서 경인지역 표심은 정권의 '실정'과 '독주'를 견제하고, 여야 정당에 대해선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여당인 새누리당이 당명과 당의 정체성까지 바꾸면서 연말 대선의 유력 후보인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지만 판세를 뒤엎기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완패'를 면하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이에 따라 경인지역 총선은 적당한 의석수를 배분, 여야의 균형을 맞추려는 지역 유권자들의 절묘한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우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과 경기도의회를 장악한데 이어 이번에 국회 의석수까지 늘리면서 수도권의 지방정부를 장악하게 됐다. 또 연말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던 경인지역에서 이긴 만큼 대선의 교두보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에선 앞으로 여야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지역 현안을 놓고 여야와 지방과 중앙의 이해가 엇갈릴 때마다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도지사는 당장 민주당에서 이번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복지관련 사업의 지원 확대를 요구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한강살리기 사업과 GTX(광역급행철도)사업 등 대선과 연계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인천시에서도 당초 10대2였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석 분포가 바뀌면서 송영길 시장의 시정 추진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누리당의 견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치적 부침속에 경인지역의 대표적 여야 잠룡인 김 지사와 손학규 전 대표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경인지역 승리에 공을 세운 손 전 대표는 총선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지사는 '박근혜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속에 대권 행보를 가시화하기에는 어정쩡한 분위기가 됐다.

여야의 엇갈린 입장에서도 경인 정치권으로선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결과도 나왔다. '국회의장급'이라 할 수 있는 5선 당선자가 무려 4명이나 배출되면서 정치적 위상을 격상시킨 것이다.

민주당에선 문희상(의정부갑) 당선자와 이석현(안양동안갑) 당선자가 당·국회직의 수장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고, 새누리당에선 남경필(수원병)·황우여(인천연수) 당선자가 정치적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성공하면서 정치적 역할 변화를 점칠 수 있게 됐다.

선거때마다 거론된 차기 '경기도백' 후보군도 두각을 드러냈다.

민주당에선 수원 영통의 김진표, 남양주을의 박기춘 당선자가 한발치 더 가까이 가면서 외연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쳐 4선에 성공한 여주 양평 가평의 새누리당 정병국 당선자도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위상이 급상승했다.

향후 여야 대선주자들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이 예상되는 당선자들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에선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에서 수석과 비서관을 지낸 박남춘(인천남동갑)·전해철(안산상록갑)·김경협(부천원미을)·윤후덕(파주갑) 당선자가 정치적 재기에 성공, '친노계' 후보 옹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위원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유정복(김포) 당선자와 현재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는 이학재(인천서강화갑) 당선자의 정치적 역량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에 당선된 경인지역 중진의 역할에 따라 지역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총선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