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범석 /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남한산성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9-1, 52번 버스를 타고 15분만 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이른 주말 아침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1천500원짜리 김밥 한 줄에 생수 한 병 그리고 집에서 끓인 보이숙차를 보온병에 넣으면 준비완료이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면 군데 군데 진달래 피고, 뭉쳐있는 개나리집단이 아른 아른 지나간다. 파랗게 솟아오르는 나뭇잎의 향긋한 냄새는 삶을 윤택하게 한다.

나는 매월 한번 정도 버스를 타고 남문 앞에서 내려 주차장을 거쳐 옹성에 도착하여 김밥 한 줄 먹고 동문을 거쳐 장경사에서 손못 씻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잔하고 뒷산을 올라 북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등산을 한다.

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약 2시간 내외의 산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름다운 산행이 피곤해졌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던 남한산성이 지난 몇 년간 변하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작업차량이 쉬지 않고 산속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면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남한산성은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2차로 도로가 있으며, 북문에서 남문까지 대형 유원지도로, 산중턱까지 거대한 콘크리트 도로인 망월사, 장경사, 개원사, 국청사 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버스도 여러 노선이 수시로 운영되고 있어 편리하다. 여기에 8개의 대중형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도로와 주차장만 해도 산의 절반을 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남한산성 성곽 보수공사가 지난 수년간 이어졌는데, 산속에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고 철제 담장을 설치하더니 어느 날부터 포클레인이 등산로를 파기 시작하고, 작업차가 들어와서 거의 군사작전을 하는 것처럼 산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까지 성곽길 대부분이 차들이 다닐 정도의 도로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성벽을 접근하기 위해 산 곳곳에 차량용 도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한산성 성곽 산책로 중 가장 아름다운 동문에서 제3남옹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산 중턱이 콘크리트 운동장으로 변했다.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던 숲속 작은길에는 이제 돌무덤만 남아서 길을 지키고 있다.

등산객들은 성곽 담벼락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남한산성의 운치를 잊어버리고 태양열에 올라온 콘크리트 냄새를 맡으면서 위험한 포장도로를 걷고 있다.

남한산성 성곽길은 복원공사 중에 생긴 담벼락 교통도로, 산속을 관통하는 공사차량도로, 이를 피해 다니는 등산객의 등산길 등 새로운 길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성곽 복원공사가 잘못되어 곳곳에 비닐이 덮여 있고, 철 지난 조사용 안내판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경기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을 위해 화려한 행궁사업도 중요하지만, 남한산성 성곽복원사업이 남한산성의 아름다운 산길을 칼질하고 산속 깊숙이 바둑판처럼 교통도로가 형성되어 산이 황폐화되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이다.

남한산성 자연환경의 파괴 주범인 경기문화재단이 오늘도 남한산성을 화장하기 위해 성곽 주변에 네모난 콘크리트 조형물과 철제 봉을 박고, 포클레인과 작업용 차량이 깊은 산속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남한산성이 피곤하다. 위장용 콘크리트 화장을 지워내고 숨 쉴 수 있게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으로 시민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남한산성은 역사와 문화는 있는데 숨은 쉬지 않는다. 남한산성은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