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수원지검 평택지청 정효민검사실. 절도 혐의로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A(23)씨가 14년전 헤어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친형의 손을 잡고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A씨는 9살때 부모가 헤어지면서 보육원에 맡겨졌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없이 늘 혼자였다. 반항이 잦았고, 결국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 소년원·교도소 등을 전전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가는 아이들을 가장 부러워했다. 그때마다 자신을 보육원에 맡긴 부모를 원망했고, 그럴수록 친형을 보고 싶어했지만, 얼굴도·이름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A씨는 지난달 20일 평택시 신장동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안에서 5천원권 문화상품권 1매를 훔쳤다가 구속 송치됐다. 사안은 미미했지만, 동종 전과때문에 죄가 커졌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정 검사에게 친형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고, A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정 검사는 A씨의 가족관계 등을 조회해 친형이 살고 있는 곳을 확인, 14년만에 형제를 만나게 해준 것. A씨는 형을 만난 이후 "앞으로 죄를 짓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정 검사에게 약속했다. 평택지청은 중학교 중퇴의 학력인 A씨가 교도소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고 판단, 검정고시에 필요한 책자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검사는 "비록 죄를 지은 피의자 신분이지만, 혈육을 그리워하는 A씨의 딱한 사정에 마음이 아팠다"며 "형을 만난 뒤 그동안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평택/김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