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의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의 와해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접수로 당이 완전히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하면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은 낮아졌지만 대신 지역간 파워게임 양상이 그 자리를 메울 공산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텃밭' 영남을 잘 지킨 것과 더불어 충청에서 선전하고, 강원에서 전승하며 '중원'의 영역까지 확보했으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는 패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영남과 강원 등 동부라인은 확실히 장악한 반면, 수도권에서 충청을 거쳐 호남으로 이어지는 서부라인은 열세를 보였다.

구도로만 보면 앞으로 영남의 입김이 세지고 수도권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선을 생각하면 그리 간단한 구도가 아니다.

총 유권자 3천890만명(2010년 기준)의 49%인 1천900만명이 모여 있는 수도권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터라 전략적으로라도 수도권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표론', '비(非)영남 대표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는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인 동시에 당의 '영남당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여론의 향배와 민심의 방향에 본능적으로 민감한 수도권 분들이 대표가 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도 취약지역인 '서진전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인지역에서 5선 고지를 밟은 황우여(인천 연수) 의원과 남경필(수원병)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에 힘을 받고 있다. 황 의원은 원내대표로, 남 의원은 쇄신파의 '얼굴'로 박 비대위원장과 정책적 보조를 맞춰왔다. 쇄신파에선 최근 모임을 갖고 당 대표에 남 의원을, 국회의장에 황 의원을 내심 지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4선의 정병국(양평·가평·여주), 3선의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6선 고지를 밟은 친박 핵심 강창희(대전 중구) 당선자도 비영남권 주자다.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선 총선 불출마 후 백의종군으로 총선 승리에 기여한 4선의 김무성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서병수·이한구·이주영 의원 등 4선 중진들은 19대 국회의 첫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시당위원장으로서 3선에 성공한 유기준(부산 서구) 의원도 전대 출마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