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도 / 전북대 교수, 전 콜롬비아대사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그리고 무소속이 3석을 차지했다.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얻었던 의석이 모두 167석이었으니 15석이나 줄었지만 선거 몇 달 전 120석도 어렵다는 말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완승이나 다름없다.

반면 18대 때 81석이었던 민주통합당은 46석을 늘려 127석을 차지했지만 당초 제1당은 물론 과반수 의석까지 노렸던 것을 생각하면 참패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어쨌든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새누리당은 결코 이길 수 없었던 선거를 이긴 것이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결코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왜 그랬을까?

'反한나라 非민주당'은 최근 선거에서 수차례 반복되어 유권자들의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온 말이다. 이명박 정권 4년의 실정과 부정부패의 대명사인 한나라당에 대해 반대하지만 내부 분열과 정치적 추진력이 고갈돼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안철수 교수의 지지를 받은 박원순 시민단체대표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유권자의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은 총선을 앞두고 변화를 모색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당의 상징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는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과거 새누리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 신한국당이 선거 때면 어김없이 써먹었던 '색깔론'을 생각하면 이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내용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제도나 기구도 그대로이고 당헌 당규도 큰 변화가 없다. 사람들도 개혁적인 새로운 인물들로 바뀌었다기보다 친이 중심에서 친박 중심으로 이동한 것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 뿐이다. 사람과 제도가 거의 그대로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반면 민주당은 시민사회세력, 한국노총을 받아들여 민주통합당으로 변신했다. 또 선거직전에 진보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민간인 사찰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논란이 있었음에도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4·11 총선은 '反한나라 非민주당'의 구도에서 빠져나간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의 선택이었다.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발빠르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역사인식 논란, 여성 비하 논란, 금품살포 논란, 쌀 직불금 부당수령 논란 등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곧바로 이들의 공천을 철회시켰다. 임종석 후보의 사퇴, 막말논란의 김용민 후보와 관련되어 민주통합당이 우왕좌왕했던 모습과 비교되었다.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이 좋은 후보를 찾기위해 더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 내용과는 별개로 새누리당의 변화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이들이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새누리당의 변신은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을 포함 조중동 등 보수 언론에 의해 신속히 전달되었다.

선거는 이제 끝났다.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성추문과 돈봉투, 부정부패한 한나라당과는 다른 당이라고 했던 새누리당이 성추문과 논문베끼기로 논란이 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와 관련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의 말이 떠오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 당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