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당직을 맡아 와 쉬고 싶지만 내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며 당권 도전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김진표의원실 제공
계파 경쟁과 노선 경쟁은 민주통합당 내부의 최대 난제다. 계파 경쟁은 총선기간 내내 민주당의 발목을 잡으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진보강화론'과 '중도강화론'으로 대별되는 노선 경쟁 역시 논란이 됐고 향후 대선국면에서 계파 경쟁과 함께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다.

60%가 넘는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김진표(수원정) 원내대표는 손학규 상임고문 등과 함께 민주당내 '중도강화론' 대표주자다. 이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공격을 받으며 잠시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만 '중도강화론'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인 지난 1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실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가 판단하는 총선 패배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집약된다. 인물 경쟁력과 정책 신뢰도가 그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당의 문호를 활짝 개방해 수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데 있어 새누리당보다 부족했고, 정책적으로는 구호만 있었지 구체적인 생활 정치로까지 승화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의 경우 법과 제도를 어떻게 고쳐나가겠다는 플랜을 제시하기보다는 추상적 구호로 재벌개혁을 외치니 반기업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강원·충청 등 부동층이 많은 곳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인재등용론과 이념 진보가 아닌 현실적 생활진보론은 곧잘 당 안팎으로부터 우클릭이라는 비난을 사왔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집권을 위해서는 생활진보를 강화해 중도층을 확실히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김 원내대표의 설자리는 오히려 넓어졌고 입지도 강화됐다. 이해찬 전 총리는 "김진표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노선으로 보면 딱 중간인데 그런 사람 수용못하면 결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민 막말 파문만 아니었다면 경기도에서 5석은 더 얻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는 김 원내대표는 오는 5월 3일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게 된다. 오는 6월 9일 선출되는 당대표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17대 정책위원장 등 오랫동안 중요 당직을 맡아와 당 대표에 출마할 게 아니면 한 6개월이라도 쉬고 대선에 힘을 쏟고싶은데 내뜻대로 안된다"며 당대표 도전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김순기·이호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