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영 / 인하대 겸임교수·극단 십년후 대표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고, 우여곡절 끝에 300명의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국민은 '내'가 뽑은 여러분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국민의 소망을 담아 몇 가지 당부말씀을 전합니다.

먼저 필요한 말씀만 했으면 합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말씀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귀를 열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어느 날 자금이 묵자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말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말은 그다지 중요치 않소. 파리와 모기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소리를 내지요. 하지만 그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던가요? 그저 사람을 괴롭힐 뿐입니다. 하지만 수탉이 아무 때나 울던가요? 날 밝기 시작할 때 우는 소리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일하지 않던가요?"

둘째, 끝까지 듣는 정치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 중년 백인이 차를 세우더니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가 바텐더에게 물었습니다.

"여보게, 딸꾹질 멈추는 법을 아는가?"

바텐더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중년신사의 뺨을 느닷없이 때리더니 말합니다.

"이제 멈췄죠?"

당황한 신사가 대답합니다.

"아니, 내가 아니라 차 안에 있는 우리 집사람인데."

셋째, 미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강할수록 상대편이나 국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아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

미국의 유명 앵커인 링클레이터가 한 아이를 인터뷰했습니다.

"얘야, 장래 희망이 뭐니?"

"비행기 조종사예요."

"만약 나중에 조종사가 되어 여객기를 몰고 태평양 위를 날다가 엔진이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겠니?"

"음, 일단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꽉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릴 거예요."

방청객들과 링클레이터 역시 아이의 이기심에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가 그런 반응에 당황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려는 거지?"

"연료를 가져오려고요. 그래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의 판단은 아이가 혼자만 살기 위해 탈출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당선에 다시 한 번 희망의 줄을 잡고자 합니다.

어느 스님이 이런 글을 썼습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갑니다. 놓으세요. 나 없으면 안 될 거라는 그 마음을'.

맞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입니다. 사실 '내'가 되려고 작정하면 국민이 '귀한 사람'으로 보이질 않고 단지 '한 표'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나'를 내려놓고 내가 되지 않아도 좋다고 여길 때 비로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보입니다. '내'가 되려고 하면 '내' 업적을 주로 얘기하지만, '나'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국민들의 절규가 들립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법안과 제도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큰 정치인들입니다.

'세종실록'에는 신하와 세종의 대화가 들어있습니다. 신하가 묻습니다.

"왕께서 꿈꾸시는 태평성대란 어떤 것입니까?"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

여의도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4년은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국민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귀를 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당신만의 꿈을 접고 의정활동에 임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의 끈을 다시 붙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