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삼성의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택하여 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삼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우수한 기능을 가진 삼성의 제품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면서 기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의미까지 소비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이윤에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현 정권의 최고 실세 중 하나로 '왕의 남자'라고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하여 8억여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자금이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라 공권력이 정확한 내용을 밝히겠지만, 다시 우리 사회에 음모론과 '카더라' 언론이 기세를 부리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 우려된다.
사실 '나꼼수'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 것은 무엇인가 미심스러워 하던 우리 사회의 많은 구린내 나는 쟁점에 대해 직설적 화법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히 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대리 만족의 기회를 주었고,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대리만족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이번 19대 선거를 거치면서 이러한 표현 '방식'에 대해 기성세대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표심'으로 전달되었고, 방송인 김구라의 퇴장을 보면서 자정의 기회가 마련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대가성 없다는 정치인의 자금수수 속에 더 큰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은 다시 비공식 매체의 목소리를 찾는 계기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강화될 것도 우려된다. 총선을 끝내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정치 지형을 기대했던 시민사회에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막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선량들이 정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기업인들이 '한 푼을 줄 때'는 반드시 다른 조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다면 그러한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고 정치 문화의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19대 국회에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최근 공공선택학과 게임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 간에 투표방식에 대해 재미있는 가설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유권자가 1명의 후보만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서 다른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1인에게 10점을 주고 이 점수를 각 후보자들에게 배분하도록 한 다음, 이러한 각 유권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많은 득점을 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A 후보자에게 표를 찍는 것이 A 후보자에게만 10점을 주고 나머지 후보자에게는 0점을 주는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각 유권자가 A 후보자 6점, B 후보자 3점, C 후보자 1점, D 후보자 0점 방식으로 표를 점수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체 유권자들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는 투표 용지에 '적격자 없음'이라는 선택지를 마련하여 만약 '적격자 없음'에 가장 많은 표가 나오면 그때는 그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럴 경우 지금은 후보자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라도 당선되지만, 절대 평가의 개념이 도입되면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 퇴출되는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불거진 이번 사건이 당선된 정치인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받지 않는 정치인'들이 모여 19대 국회에서는 한국 정치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