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도시재생사업 출구전략이 주민들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출구전략 주체가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로 확대되면서 일부 재개발지구에서는 토지소유자 수를 늘리기 위해 외지인의 자투리 땅이나 가족간 증여가 편법으로 등장하며 사업을 추진하려는 조합측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간 첨예한 대립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으로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만 있으면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토록 하는 출구전략을 신설했다. 여기에 수원시는 추진위뿐만 아니라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될 경우까지 그 동안 투입된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전국에서 최초로 지구지정 취소를 신청한 수원 세류동 113-5구역은 취소신청 전후로 구역내 8필지가 외지인 명의의 매매와 가족간 증여로 소유자 변경이 이뤄졌다. 이들 8필지 가운데 32㎡인 1개 필지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필지는 면적이 30㎡ 이하인 도로와 대지로 현금 청산 대상에 해당되며 이로 인해 비대위측은 '토지 등 소유자' 179명(비대위는 172명 주장) 가운데 반수가 넘는 93명을 확보, 출구전략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세류 113-5구역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도 확실한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확보를 위해 자투리 땅을 매입하거나 여러 필지를 소유자의 토지 필지 수만큼 명의만 변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의 동의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조합이나 비대위측의 소수의견에 의해 출구전략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게다가 도정법 시행 이후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비대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조합측간의 대립이 깊어지면서 60~70대 고령의 주민은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심지어 신변위협까지 받는 등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실제 수원의 한 재개발구역에 거주하는 박모(72·여)씨는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휴대전화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비대위측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조합장의 집에 쳐들어가 책임져라. 구역지정 취소 신청서를 당장 쓰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는 폭언을 들은 이후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구역의 이모(38)씨도 '구역지정 취소 신청서 작성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을 듣는 수모를 당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출구전략으로 인한 폐단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국토부는 실태파악은커녕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국토부는 "일부구역에서 토지거래가 있었다고 해서 전체적인 출구전략의 문제점은 아니다"며 "지자체에서 조례로 출구전략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성호·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