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995년의 지방 재정규모는 47조원, 2010년에는 141조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2010년 51.9%로 지방재정상태가 악화되었다. 전국 234개 자치단체 중 반 이상이 자체 세원인 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은 7.6%의 전라남도 신안군으로 자체 세원이 부족한 신안군은 중앙과 전남도에서 받는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자치단체의 사정이 비슷하다.
현재 지방재정의 어려움에 대한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뉘고 있다.
먼저 중앙정부 특히 재정당국은 현재의 지방위기가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대형사업 추진, 특히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에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타당성, 재원조달, 향후 관리방안 등 정밀한 분석없이 자치단체장들이 일방적 졸속으로 추진하여 지방재정이 부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주장은 중앙이 재원을 넘기지 않는 가운데 감세정책으로 인해 지방세 세입이 감소하고 사회복지 관련 세출이 증가하여 지방재정이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감세정책으로 5조원 이상의 지방세입이 감소됐고 부동산 거래가 저조하여 주 수입원인 취득세·등록세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차는 지방재정 위기 해법에도 큰 차이가 있다. 자치단체는 중앙에 대해 지방교부세를 확대하고 지방소비세를 신설하여 지방의 자주 재원으로 해 달라고 요구한다. 중앙은 재원문제보다 합리적인 지방재정의 운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이런 가운데 전남 완도군이 채무를 다 상환하여 '부채 제로'를 이뤘다는 소식은 지방재정 건전화의 필수조건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완도군의 김종식 군수는 세 차례 연임하는 지난 10년 동안 기존 부채를 갚아가면서 새로운 부채를 일으키지 않는 군정을 펼쳐 완도군의 부채를 제로로 만든 것이다. 김 군수는 "표를 얻으려면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김 군수는 이러한 욕구를 억제하면서 모든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채무가 발생되는 사업은 원천적으로 제외했다고 한다. 혹자는 김 군수의 이러한 군정운영을 소극적이라고 비판할지 모르나 선거를 의식하여야 하는 선출직 군수로서는 쉽지 않은 용단이다.
건전한 지방재정을 이루기 위해서 자치단체장의 자세가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세출과 세입에 대한 통제나 감독기능을 가진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이러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책임있는 자세와 함께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기업에 적용되는 워크아웃제도를 지방자치단체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을 이제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정위기 위험이 있는 자치단체에 대해 위기관리대책 수립을 의무화하여 조직의 구조조정, 예산 효율화 방안 수립 등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이나 지방채 발행을 제한함은 물론이다.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에 대해 강력한 워크아웃제도를 통해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듯이 강력한 재정건전화 수단을 지자체에도 원용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을 계량화하여 부실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방재정 조기경보시스템' 구축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관계당국의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