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경선 부정을 놓고 진행중인 통합진보당의 분란이 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집요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가 대표하는 비당권파는 지난 주말 비례대표후보 14명의 총사퇴권고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권파는 요지부동이다. 비례대표 2번인 김재연은 사퇴를 거부했고, 이 대표는 7일 진상조사위원회의 철저한 재조사 및 진상조사보고서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제안하며 거듭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총체적 부정선거 결과발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통진당 사태를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진보의 그늘에 숨어 반민주적이고 법과 상식에 앞서 종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이 대표가 부인했던 경기동부연합이 실체적 존재임이 드러났다. 주체사상파인 NL 계열인 그들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기생하다가, 자신들의 관행이었다는 위장전입, 당비대납, 대리투표 등 온갖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숙주를 집어삼킨 내력도 밝혀졌다. 그 관행으로 헌법기관인 비례대표국회의원 경선부정을 저지른 게 들통났다. 들통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아전인수식 논리로 진상조사를 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동지들을 겁박하는 표변은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무서운 반전이다.
경선조작 시비에 걸려 결국 눈물을 뿌리며 국회의원 후보직을 사퇴한 이정희와, 드러난 부정의 실체를 부인하는 무표정한 이정희 사이에서 멀미를 느낀다. 진보의 열정으로 유야무야 넘어간 김선동의 국회 최루탄 사건도, 사실은 그들의 뿌리깊은 반민주적 문화의 행동양식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방송토론에서 진상조사 결과 부정이 확인되면 사퇴하겠다던 확언을 번복한 김재연이 독선의 문화에서 배양된 새싹임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지금도 정체가 모호한 이석기라는 사람에 대해 진지한 의심을 품게 됐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행태는 진보진영에게는 재앙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의 법과 상식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진보 세력에게는 신생의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민들은 진보의 가면으로 위장한 꼴통진보의 실체를 인식하고 그들의 언행을 분별할 수 있게 됐으니 이보다 다행인 일이 없다. 이제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저항의 말로가 어떻게 종결될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드러난 꼴통 진보의 실체, 천만다행이다
입력 2012-05-0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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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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