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기 / 농촌진흥청 화훼과장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늘 머릿속에 그려지는 꽃이 있다. 그리 새로운 꽃도 아니고 다시 부활하는 작물도 아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꽃, 카네이션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찾게 되는 카네이션, 어떻게 5월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미국 버지니아에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자 안나는 너무 슬퍼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좋아하셨던 카네이션을 매일 무덤에 가져가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하였고, 하루 동안만이라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께 효도하자는 뜻에서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안 계신 사람은 자기 가슴에 흰색 카네이션을 달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에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였으며 1973년에 어버이날로 바꾸게 되었다.

카네이션의 학명은 Dianthus caryophyllus인데, Dianthus는 그리스어 디오스(Dios, 神)와 안토스(Anthos, 꽃)에서 유래되었고, caryophyllus는 향기가 있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caryon(향기)과 phyllus(잎)에서 유래되었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모정, 사랑, 감사이며 꽃의 색상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기도 한다. 현재 모나코의 국화(國花)이며, 미국 오하이오주의 주화(州花)이기도 하다.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카네이션이 처음 관상용 꽃으로 이용된 것은 로마시대 이전으로, B.C 300년경 유럽에서 카네이션이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때 그리스에서는 운동회에 카네이션 꽃으로 왕관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16세기 초 영국에서 다양한 색상의 꽃이 분화되었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개량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석죽(자생패랭이)이 널리 재배되었고 지금 재배하는 카네이션은 1925년경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카네이션은 국내 산업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1997년에 생산액이 최고조에 다다랐으나, IMF 위기 이후 재배량이 서서히 감소되고 있다. 최고 성수기인 5월이 되면 카네이션을 생산하는 농가들도 보람으로 가득차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카네이션이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집중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카네이션의 절화수입은 올해 4월에만 1천만 송이를 넘었는데 우리나라 카네이션 생산수량이 약 7천만~8천만 송이라고 볼 때, 유통물량의 약 12% 이상이 수입산인 셈이다. 주 수입국은 중국으로 2010년 기준 중국의 카네이션 재배면적은 대략 2천800㏊로 우리나라의 약 23배, 생산량은 24억 송이로 30배가 넘는다. 중국은 남부의 윈난성 쿤밍시를 중심으로 부동의 세계 1위 카네이션 생산국이다.

최근 중국과의 FTA 협상이 곧 시작된다는 보도가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을 맞아야 하는 업계는 고민이 많다. 아니 더 많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에서는 수입 후 국산으로 둔갑하는 수입품에 대해 이미 원산지표시 단속을 시작하고 있다. 또한 생산자는 경영비 절감과 품질향상에 매진하고 있으며 연구기관에서는 우수 국산품종 개발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 앞선 생각으로 수입품을 오히려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양국 상생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