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9일 화성시 팔탄면의 한 건축공사 현장. 건물 5층 높이 외벽에서 가설재를 해체하던 외국인 근로자 A씨가 발을 헛디디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떨어지면서 머리와 가슴을 심하게 부딪힌 A씨는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황급히 119구급대로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구급대와 소방대원은 응급상황이라고 판단, 구급차 출동과 동시에 수원의 권역중증외상 전문치료센터로 상황을 전파했다.

119구급대로부터 사고소식을 접한 중증외상센터 상황실은 곧바로 '현장팀'에 출동명령을 내린다.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던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와 외상센터 코디네이터, 응급구조사 등 현장팀이 출동할 채비를 갖춘다. 출동에 필요한 준비물이라고는 사무실에 비치된 가방 하나가 전부. 그 안엔 인공호흡기와 기도확보를 위한 의료장비부터 심장마비 시 투여하는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약품들이 모두 구비돼 있다.

의료진들이 센터 정문을 나서자 센터 앞 광장에 미리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던 소속 헬리콥터 한 대가 이들을 맞는다. 외상센터가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팀이 사고현장을 향해 이륙하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팀은 헬기 안에서 현장에 출동해 있는 119구급대원들로부터 계속해서 상황을 전파받는다. 외상센터 안에서 응급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수술팀도 마찬가지다. 무전내용을 스피커로 들을 수 있도록 무전장치가 연결된 덕분이다. 현장에 헬기가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구급대원들로부터 A씨를 넘겨받았다.

즉시 기도확보 후 인공호흡장비를 단 출동팀은 환자의 나이와 혈액형, 상태 등을 일일이 수술팀에 전파해 미리 어떤 수술을 준비해야 할지를 통보한다.

A씨는 사고 후 30분도 안 돼 외상센터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고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의료진들은 "외상센터가 없었던 2년 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환자는 사망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이것이 바로 아주대병원 이국종교수 외상팀이 꿈꾸는 중증외상센터의 이상적 모델이다. 센터에는 추후 재활치료와 사회복귀까지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고, 의사와 간호사,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중증외상분야 교육도 진행된다. 평시 외상센터에서는 가벼운 사고라도 특정 징후가 보일 시 중증외상센터를 찾도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실시한다.

이 교수는 "살 수 있는 환자, 꼭 살아야 할 환자들이 어처구니없이 사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중증외상센터 건립이 필수적이고,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서 나서 지원하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해민·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