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3시30분께 외국인 4명을 포함한 10여명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들은 사진 촬영을 막았지만, 어디서 나왔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일부가 타고온 트럭 왼편에는 쉬벨사의 영문 표기(SCHIEBEL)가 있었다. /김명래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무인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3일이 지난 13일까지도 정부는 사고 원인 등 사건 전반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국내 무인 비행기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과 배경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비행 초기 통신 장애', '비상 복귀 시스템 오류', '무인 헬기의 GCS(지상통제시스템) 타격' 등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통제된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통신, 왜 끊겼나?

비행시험 중이던 오스트리아 쉬벨사의 'S-100' 무인헬기의 통신이 두절된 게 이번 사고의 발단이 됐다. 인하대 최기영(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통신이 두절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신을 위해 주파수를 사용하는 데, 인근에 비슷한 주파수와 우연히 대역대가 겹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김창주(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역시 "전파 사용 허가를 안 받고 사용했다면, 주변에 사용하는 주파수대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GPS 교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산대 이대우 (항공우주공학과)교수는 "지상에서 GPS 재밍(전파교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할 수 없다. 특히 비행기 재밍 가능성이 지상보다는 높다"고 말했다.

■ 관성항법장치 제대로 작동됐나?

모든 무인기 전자시스템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신이 끊겼을 때 무인기가 상공을 뱅뱅 돌게 하거나 특정 지역에 착륙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무인기가 GPS 수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GPS와 독립적으로 관성항법장치를 통해 특정 지역으로 비상 복귀할 수 있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항공우주공학 분야의 한 교수는 "쉬벨사는 전 세계에서 무인 헬기를 가장 많이 납품하는 회사이고 강건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어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대부분 무인기는 GPS가 안 되면 자기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GPS와 독립적인 관성항법장치를 사용한다. 설령 GPS 재밍이 있었다고 해도 데리고 와서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의 한 교수도 "일반적으로 고급 기종의 무인기에는 안전장치(관성항법장치)가 있다. 안전모드로 들어가면 기동을 멈추고 서서히 착륙하게 하거나, 제자리에서 호버링(공중정지비행)한다"고 설명했다.

■ '본부 정밀타격' 가능한가?

통신이 끊긴 무인비행기가 GCS 부근까지 돌아와 빠른 속도로 충돌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번 사고를 목격한 포스코건설 오수련(24·여) 기사는 "무인기가 3층 높이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200m가량 하강하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

그 타이밍에 시선을 고정하지 않았다면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인하대 최기영 교수는 "귀환목표지점은 위도, 경도, 고도로 입력하는데 고도를 지상으로 했을 경우 지금과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무인기가 빠른 속도로 GCS에 '돌진'한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원인을 예측하지 못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GCS의 조종사가 무인기를 자기에게 돌진하도록 조정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말도 있었다.

정부가 민간 헬기 제조사에 사고 원인 조사를 일임하면서 각종 의혹은 확산될 전망이다. 부산대 이대우 교수는 "내부 GPS가 타버렸다면 데이터를 복구하기 어렵고, 사고 원인을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왜 송도에서 군용 무인기 테스트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하루 뒤인 11일 오전까지 현장은 방치됐다. 외국인 4명을 포함한 민간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10여명이 11일 오후부터 12일까지 현장의 주요 장비를 수습해 돌아갔다.

/김명래·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