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동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더 속물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에게 200만표 이상을 던져준 유권자나 그들을 종북좌파라고 퉤퉤 침을 뱉는 일반 국민들까지 당대표가 얻어맞고 머리채까지 잡히는 폭력사태를 보면서 '너희들도 똑같구나 똑같아'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만일 새누리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 나갔을 것이다. 그들의 복잡한 계보와 그들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왜 착잡하고 외로운가.
4·11 총선이 끝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쩍 외로워졌다. 오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재밌니?'라고 물으면 마치 자신들의 치부를 들킨듯 정색을 하며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더러는 발끈 화내는 이들도 있다. 재미없고 외롭고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술을 들이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뭐하나 재밌는 것도 없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난후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외롭고 유일하게 웃음을 주었던 '개그콘서트'가 전보다 재미없어져서 외롭다. 신문지상에 역대정권에서 보았던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들이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외롭고, 권력을 한손에 쥐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것 같았던 정권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권력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외롭다.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취직을 못하고 시간당 알바를 하는 고단한 모습을 보니 더 외롭고 앞으로 100살까지 살면서 천수를 누린다는데도 노후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한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보니 외롭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그래서 부러울것 없을 것 같은 재벌들의 상속싸움을 보면서 자신의 가계부채 이자를 따져 보는 것도 외롭고, 스무살 갓넘긴 아이돌스타들이 한류로 대박이 터져 비싼 외제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나는 뭘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외롭다.
그리고 결국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때 국민동생이었던 김연아가 마침내 맥주광고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외롭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IMF때는 모두가 힘들어서인지 동병상련이라도 느끼며 버텼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저축은행 대표가 수천억원을 횡령하고 밀항선을 타려다 잡혔다는 뉴스도 외롭고 경찰, 공무원 부정부패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정직, 소박을 신앙처럼 믿고 살았던 자신이 바보처럼 살아서 외롭고, 도박판에 빠져 산 조계종의 간부들을 보면 절에 갖다준 시주가 생각나 외롭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외롭다. 프로야구에 국민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19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힌 성인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극장가에 국민들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늦은 밤 잠 못이루고 트위터나 카카오톡으로 SNS를 수없이 날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모두 외로움 탓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자신이 낚싯밥이 되어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엮이는 것 같은 찜찜한 일상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무척 외롭다.
하긴 자신의 왼팔 오른팔이 모두 감옥에 간 MB도 외로울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하다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그 잘난 친박계에 둘러싸인 얼음공주 박근혜도 대선에서 낙마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외로울 것이고, 대선출마를 고민하는 안철수도 이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오만가지 생각에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맥주광고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김연아도 외롭고, 재산싸움에 휘말린 이건희도 외롭고, 감옥간 실세들도 감옥속에서 외롭고, 아이돌스타도 그들 나름대로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모두 똑같다. 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래에 있는 사람이나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외로운 것이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아!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다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