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석 /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실습선 한바다호 선장
예로부터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뱃길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천년의 염원은 우리 역사속에 많은 자취를 남기고 있다.

고려 고종시기에는 최이(최우)가 뱃길을 통한 안정적인 운송 경로를 확보하기 위하여 한강에서 서해로 연결되는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자 했으나 결국 아쉽게 이루지 못하였고, 조선 중종시기 김안로 또한 김포 지역을 파기 시작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돌산을 만나 '굴포'와 '원통이 고개' 등의 지명만 남기고 뜻을 접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이 뱃길의 필요성을 예견하고 끊임없이 시도했던 내륙 운송로의 확보가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8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나라 최초 운하인 '경인 아라뱃길'로 탄생하게 되었다.

경인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과 이어진다. 그리고 서해와 경인아라뱃길,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을 오가기 위해선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서해를 거쳐 경인 아라뱃길로 들어오려면 '아라서해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내륙에 있는 경인 아라뱃길의 수위는 항상 일정하지만 바다의 조위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갑문은 쉽게 말하면 서해와 뱃길의 높이를 조절해주는 선박용 엘리베이터다.

아라서해갑문은 폭 28.5m, 길이 210m의 갑실 2개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갑문 구동 방식은 미닫이로 열리고 닫히는 슬라이딩 형식이다. 조선강국이자 IT기술대국답게 아라서해갑문에는 신기술이 많이 적용되었다. 갑문의 무게는 약 780t(소형차 약 780대 규모)으로 이 엄청난 무게의 철구조물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고급 승용차의 정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체인(Tooth-rack)을 적용하여 적은 동력으로 구동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선박과 갑문의 충돌을 막기 위해 지능형 CCTV시스템을 적용하여 선박의 계류 위치와 갑문과의 거리를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갑문관제사에 정보를 제공하여 선박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설물의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아라한강갑문'은 폭 22m, 길이 150m의 갑실 1개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갑문구동방식은 여닫이로 열리고 닫히는 마이터게이트 형식이다. 아라뱃길에서 한강으로, 한강에서 아라뱃길로 들어오기 위한 시설물이다. 이곳에도 최첨단 기술이 숨어 있다. 한강에서 홍수가 발생하더라도 한강과 아라뱃길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홍수방어용 갑문이 별도로 있으며, 어류들이 한강과 아라뱃길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어도수문도 설치하였다. 그리고, 육중한 무게의 갑문을 쉽고 정확하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초정밀 유압설비를 적용하였으며, 소음 및 진동을 줄이고 유압유의 외부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컨테이너 집약형 유압설비로 설치를 하였다.

서해에서 우리나라 내륙의 중심까지 뱃길을 열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염원과 얼을 담아 탄생한 경인아라뱃길은 최첨단 과학기술인 갑문시설과 친환경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존의 쉼터가 될 것이며, 또한 해상운송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녹색물류시스템의 초석이 되어 다음 세대가 뱃길을 통해 세계로 진출하는 해양강국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다음 세대에 주인공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해에서 아라뱃길로, 한강에서 아라뱃길로 유람선을 타고 최첨단 갑문과 수변시설을 체험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