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우 / 인천대 경영대학장
총선이 끝나나 싶더니 이제는 대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온갖 미디어에서는 각 정당 내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한 별별 해괴한 일들을 토해내고 있고 이제는 유권자들도 선거 시작도 하기 전에 점점 식상해가는 모습이다.

선거 때마다 항상 겪는 일이지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이들을 비교할 일반적인 잣대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또한 실제 후보자에 적용되는 잣대는 대선이든 조그만 조직의 선거이든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후보자에 대한 잣대는 보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으로 아마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첫째가 크든 작든 후보자 자신이 지원한 조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주위를 돌아 보면 조직 일에 무관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후보로 나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그 동안 조직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면 그런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위해 열정적으로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후보들이 가시적으로 큰 선물이라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상식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둘째는 조직에 대해 나름대로의 명확한 미래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비전이란 앞으로 후보자가 당선이 되면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정책이란 흔히 후보자가 내거는 공약을 말하는데 선거 때 보면 비전과 맞지 않은 전혀 다른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후보자가 조직을 어떤 쪽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지 비전 자체가 없거나 아니면 유권자들의 요구가 너무 강할 때일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갖고 있는 비전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산으로 혹은 바다로 가게 되는 정말 중요한 후보 결정 잣대라 할 수 있다. 실제 당선자 재임 시 대부분 의사 결정이 이미 설정된 비전에 기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잣대는 제시된 비전을 구현할 구체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나름대로의 전략 즉 공약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약은 유권자들의 각 요구조건을 합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공약이 반드시 모든 유권자들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또한 당선자가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략적이라도 추정 예산이 필요할 것이고 이러한 예산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막연한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다. 실천 가능성이 없는 공약들을 갖고 정책 토론을 수없이 한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요건은 후보자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필요 조건이다. 이외에도 흔히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것으로 리더십, 덕(德), 추진력 그리고 소통력 등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마저 미흡하다면 이들 후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뻔한 지엽적인 공약이 될 수밖에 없고 내건 공약들도 엇비슷해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쉽게 구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선거 내내 대부분 골치 아픈 비전 혹은 전략 구상보다는 쉽게 돈과 매수, 그리고 상대방의 뒤나 캐는 정말 역겨운 진흙탕 선거가 되게 마련이다.

지도자는 결국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잘못 선택하거나 선택할 마땅한 지도자가 없다면 그 조직은 정말 불행하다. 그 결과는 좋든 싫든 유권자와 선택된 후보자가 같이 짊어져야 할 조직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