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 햄릿은 독살당한 부왕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무엇이 사실인지를 확인하지 못해 고민하고,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망설이다 결국은 자신의 죽음과 함께 복수를 마감하는 덴마크 왕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눈앞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뛰어넘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못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현대적 인간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명작으로 꼽힌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등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김포시가 도시철도의 사업방식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7일 기존의 고가형 경전철을 지하철로 변경하는 김포도시철도기본계획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 1조6천800여억원의 전체사업비 중 한강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에서 부담하는 1조2천여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천800여억원을 김포시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가뜩이나 빈약한 시 재정형편을 감안하면 4천800여억원의 시비(市費) 투입은 김포시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철도사업이 끝날 때까지 매년 300억원에서 600억원 이상을 쏟아 붓게 되면 도로확충이나 개보수, 복지관 건립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완공 후의 운영적자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승인은 받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속사정이다. 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자유치를 대안으로 검토했지만 그것 또한 만만치 않다.
추가 건설비를 요구하지 않고 요금도 서울의 지하철 수준으로 맞춰 시민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는 민자의 달콤한 제안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김포를 위해 수천억원의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사업자가 없다는 현실과 달콤한 유혹속의 독을 가려낼 유능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사정도 망설임의 이유다. 민자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공사 착공이나 완공시기가 늦어진다는 내부의 주장도 선택의 걸림돌이다.
분명한 건 재정이든 민자든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착공도 완공도 늦어진다는 사실이다. 건설비도 늘어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정책결정자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끊임없이 갈등하고 망설이다가 결국엔 시기를 놓치고 마는 햄릿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평생을 악처에게 시달렸던 소크라테스가 말했다던가.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있단다.
그럴 바에는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바둑 격언에 '장고끝에 악수(惡手)나온다'는 말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택하든 가지 않은 길은 항상 미련을 남긴다. 그러나 미련 때문에 선택을 못한다면 그건 더 큰 후회로 돌아온다. 재정이건 민자건 어차피 위험은 따른다. 그렇다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망설이다가 시기를 놓치게 되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햄릿의 고민보다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필요할 때 결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라. 이 말은 반드시 병법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에서도 중요하다. 5월의 장미가 아름답다고 6월에도 계속 아름다운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