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빛보다도 몇 배나 더 검은 안경을 낀 시각장애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Wonder)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슬펐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지난 17일 더욱 슬펐다.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서머(Summer)가 '여름'도 오기 전에 그날 아침 폐암으로 63세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미셸(아내)과 나는 슬픔에 빠졌다. 디스코의 여왕, 그녀의 육성을 다시는 들을 수 없다. 위대한 음악인을 일찍 잃어 너무 애석하다"고. 지난 2월 49세로 먼저 간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이 '천상의 목소리'였다면 서머는 섹시한 음성의 '천하의 목소리'였다. 휴스턴처럼 서머 역시 어릴 때부터 교회의 고스펠(gospel→종교적인 흑인의 노래)합창단으로 노래했고 70~80년대에 걸쳐 '사랑의 유혹' '라스트 댄스' '뱃 걸' 등이 1억3천만 장이나 팔리는가 하면 그래미상을 5번이나 휩쓸었다.

도나 서머가 죽은 그 전날엔 70년대 워싱턴서 시작된 고고(gogo)―'고고의 아버지'로 불린 척 브라운(Brown·75)이 서머처럼 역시 폐병으로 저승길에 올랐다. 2009년 6월 51세에 죽음을 맞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스티비 원더, 휴스턴, 서머처럼 그 역시 흑인 가수였고 재즈, 소울, 록 등 흑인적 감각의 야성적이고 생생한 음악 장르를 넘나든 발군의 뮤지션이었다. 그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중국 언론까지도 지난번 휴스턴의 죽음을 일러 '한 시대의 목소리(一個時代的聲音)'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건만 미국 흑인 가수들을 서둘러 불러올리는 하늘의 뜻은 무엇일까.

창조주가 진흙을 구워 인간을 빚을 때 '너무 구워 흑인, 덜 구워 백인이 된 것'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흑인 간의 인종애는 특히 강하다. 'soul brother'라는 말이 있다. '형제와 같은 흑인'이라는 뜻이다. 서머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한 오바마는 그 이튿날인 18일 밤 태연하고도 밝게 G8정상회담을 주최했고 20일 55세 생일을 맞는 노다(野田佳彦) 일본 총리를 축하하자고 제의, 케이크 촛불도 밝혔다. '지구별의 흑인 왕'인 그와 왕비 미셸의 장수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