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람은 암이 아니라 전염병으로 죽는다. 짐바브웨는 에이즈, 탄자니아는 매독, 시에라리온은 말라리아, 기니비사우는 뇌막염 등. 지난달 25일 영국 BBC방송이 발표한 '세계 사망 원인 랭킹'의 암 사망률 1위국은 유럽의 복지국가 덴마크였다. 잘 먹고 잘 사는 국민일수록 암에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연 밥상부터 꼽힌다.

유전자 조작 콩을 비롯해 다량의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각종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사료에다가 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사육된 가축의 고기,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로 재배된 농산물,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생선, 각종 첨가물과 방부제, 착색제(着色劑) 범벅의 식품 등. 나트륨과 약간 짜고 매운 음식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민다.

암과의 전쟁에서 '이 항암제는 이런 환자의 이런 암에 효과가 있다'는 걸 적중(適中)시키기란 어렵다. 첨단무기로 정밀 타격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3월 29일자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상세히 발표된 '암 세포 백과사전'은 바로 이 점을 노린 연구 결과였고 무려 1천500종류의 배양 암세포를 분석, 150종류의 항암제로 '맞춤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암세포 유형에 따른 적확(的確)한 첨단무기 공격으로 암세포를 박멸하는 이른바 '제4세대 항암제'시대가 열린다는 소리다. '방귀 가스 성분으로 대장암을 검사하는 방법'을 발표한 건 작년 11월 일본 나고야(名古屋)대학의 야기(八木伸也)교수였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암 전문 최고 권위의 의사부터 자신의 암을 예방 또는 완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암 수술을 잘하는 1급 병원이 51곳으로 분류됐다지만 이 역시 시큰둥한 뉴스에 불과하다. 암 수술보다는 암 완치 잘하는 병원이 아쉽기 때문이고 수술보다는 수술 이후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사고사(死) 아니면 암과 성인병에 걸려 죽는다. 불룩하게 솟아오른 암을 가리켜 유럽에선 '종말 버튼'이라고 한다. 저승사자가 내려와 몰래 종말 버튼을 누르면 하늘로 불려 올라간다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종말 버튼이 볼록 솟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