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와 그리스의 총선에서의 집권당의 패배는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복지 혜택을 축소한 데 대한 국민의 반발 때문이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신재정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인 올랭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의 취임은 그동안 독일 메르켈 총리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한 사르코지 때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절대 다수당이 없어 연립정부 구성도 실패하고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좌파 정당이 제 2당이 되면서 그리스는 유럽발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다음달 17일에 실시되는 선거 때까지 그리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된다.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한 지난 23일의 브라셀 EU정상회담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앞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고 프랑스와 독일이 협력을 강화하면 지금의 유럽위기는 해소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고 본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유로화' 탄생에 태생적으로 잉태되어 있기 때문이다.
'50년대부터 시작된 '하나의 유럽'을 향해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92년 정치동맹과 경제동맹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협약에 합의한다. 이 협약에는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단일 통화 창출과 경제수렴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수렴조건이란 단일 통화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각 회원국들의 거시 경제운용환경을 동질화하는 것이다.
각국의 물가, 장기금리, 재정적자, 환율의 4가지 거시경제변수에 대해 일정한 목표수준을 설정한 것이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각각 경상GDP의 3% 이내와 60% 이내 등이 주요 내용이다. 4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룩셈부르크 한 나라였다. 결국 재정기준에 관한 조항을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해 상당수의 국가들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의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처리되어 통화 동맹에 합류한다. 이 후 1999년에 단일통화인 유로가 탄생하였고 2002년부터는 유로 회원국들의 자국화폐는 폐지(영국 파운드화는 존속)되고 유로만이 통용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발족으로 유로존 국가들은 독자적인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을 펼칠 수 없다. 무역수지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환율정책을 활용할 수 없다. 우리가 환율덕분에 연간 500억달러에 달한 무역흑자로 IMF지원을 4년 조기 상환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이 유로출범 후 큰 무역수지 흑자를 즐기고 있는 독일에게 지원을 늘리라는 주장도 그들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회원국의 특수한 사정보다는 경제동맹이라는 유럽의 이상이 앞선 정치가들의 결단으로 출범한 유로체제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강화, 최근 관심으로 떠오른 그리스의 유로존 유지 정도로는 유럽경제위기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리스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또 다른 형태로 위기의 근원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도 유럽위기를 변수가 아닌 상시적 요인으로 생각하고 정부는 경제운용을, 경제계도 기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3천1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중의 감소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강조하고 있으나, 4천억 달러 수준의 총외채, 1천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잘 가동하면서 국제적인 공조도 한층 강화하여 유비무환의 자세로 외부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외부충격에 취약한 제조업·수출 중심에서 서비스·내수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