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강력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고 '돈이 된다'는 사업이면 골목상권 등은 배려하지 않은 채 침투하고 있다. 대형할인점 치킨이나 피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으로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이미 옛 일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주력 사업과 무관한 분야까지 과도하게 확장하는 사례는 영미권에서 찾기 어렵고 기업가치에도 부정적"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에는 '쇠귀에 경읽기'다.

■ '일단 뛰어들고 보자'= 순한 술이 인기를 끌면서 음주문화가 바뀌자 LG·SK·롯데·신세계·보광 등이 와인사업에 뛰어들었다. LG는 2007년 LG상사 계열의 트윈와인을 세웠고, SK는 2008년 SK네트웍스 계열로 WS통상을 설립했다. 보광은 2008년 아미뒤뱅을 세웠다. 신세계는 2008년 말 신세계와인컴퍼니라는 법인으로 포도주시장에 합류했다.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CJ와 롯데, 진로,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대거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경제전문가는 "투자 대비 경제성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마치 테마 사업처럼 대기업이 수처리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범LG가 기업으로 분류되는 의류업체인 LG패션은 자회사인 LF푸드를 통해 '하꼬야'라는 외식 사업을 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인 삼천리 역시 계열사 SL&C를 통해 '차이797'이라는 중식업을 하고 있다. 또 보일러 업체인 귀뚜라미가 '닥터로빈'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대기업 진입으로 골목 상인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유통·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선정에 신속히 착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 '자영업은 돈되는 사업'= 전통적인 소상공인 자영업 부문도 그룹사의 사업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았다. 2010년 삼성그룹 신라호텔이 자회사 보나비를 설립해 베이커리 카페 사업을 본격화했고, 같은 해 5월에는 CJ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타니앤어소시에이츠를 세웠다. CJ그룹의 뚜레주르와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오래 전부터 동네 제과점을 밀어내고 사업을 확장했다. 커피숍, 아이스크림점 등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이랜드그룹의 프리먼트, SK의 이투스가 사업을 벌이고 있다. CJ는 2009년 7월 전남 신의도에 세계 최대 갯벌 천일염 공장을 완공하면서 소금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8월에는 대상이 전남 신안군에 천일염 공장을 준공했다.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계는 삼성 계열 에스원이 자회사로 휴먼티에스에스를 설립하면서 초긴장 상태다. 이 밖에 화장품, 치아 임플란트, 신발도매업, 골프연습장 등 각종 부문에 대기업 계열사들이 새로 설립되고 있다.

■ 폭발적 사업확장= 대기업의 사업확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4년간(2007년 5월~2011년 4월) 35개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652개가 편입되고 259개가 제외돼 총 393개가 순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는 35개 대기업집단이 매년 2.8개씩 증가한 것이다. ┃표 참조

특히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은 자산규모가 큰 10대 기업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4년간 포스코의 계열회사 수가 38개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롯데(34개), SK(29개), LG(28개), GS(28개) 순으로 나타났다. 공익적 성격이 강한 기업이지만 정부의 입김 아래 선임된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계열사를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임명수·이경진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