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SSM(기업형슈퍼마켓)은 물론 제빵과 커피 심지어 순대·떡볶이 분야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비난을 사는 것을 넘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 경제의 이슈가 '동반성장'이 돼버린 지금, 국내외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태를 진단하고 상생의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이미 다 망했어. 기댈 곳도 없어. 돈없고 백 없으면 죽어야지…."
안산에서 10년 넘게 제과점을 운영하던 오모(58)씨는 얼마 전 가게를 정리했다. 최근 3년 사이 반경 500m 내에 베이커리 체인점 다섯 곳이 들어선 것도 모자라 커피전문점까지 우후죽순 생기면서 하루 매출 10만원이 안 되는 날이 허다했다. 오씨는 "그나마 내 건물이라 버텼지, 월세 내던 동네 빵집들은 진작에 다 망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수가 처음으로 동네빵집 수를 앞질렀다. 동네빵집은 2007년 8천34곳에서 지난해 5천184곳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프랜차이즈 빵집은 3천489곳에서 5천290곳으로 늘어났다. 올 3월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동네빵집의 월평균 매출액도 1천554만원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32% 수준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마구잡이식 사업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련기사 3면
수원에서 동네슈퍼를 경영하는 김모(35)씨는 "동네슈퍼는 이제 모두 없어지게 될 것이다. 조그마한 가게 차릴 돈도 없는데 뭘 먹고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점포와 SSM이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SSM과 편의점의 급증은 골목 상권 붕괴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등의 국정감사 자료와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등에 따르면 SSM의 매출 규모는 2003년 2조6천억원에서 2009년 4조2천억원, 2010년 5조원, 2011년 6조1천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또 다른 주범인 편의점의 연매출 또한 2006년 4조9천600억원에서 2010년 8조3천900억원으로 4년 새 70%나 급증했다. 반면 골목 상권을 지켜왔던 슈퍼마켓은 연평균 2천700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이런 식으로라면 직장없이 적은 자금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계는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임명수·이경진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