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예고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의 적정규모 최소 학급수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원의 평균수업시수 및 교육과정의 단위별 수업시간을 고려하여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9학급이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최소 20명 이상 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강원·전남·전북지역 등 농산어촌이 주를 이루는 도의 경우에 해당지역 학교의 절반 내외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고 한 언론보도는 전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농어촌 인구의 감소에 따라 농어촌 지역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되어 왔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학교가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자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규모 학교의 유지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체육활동, 합창이나 합주와 같은 음악활동, 학예회와 같은 교육활동은 어느 정도 수의 학생들이 있어야 가능하고, 도덕성이나 사회성의 발달도 친구들끼리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는 점을 찬성의 논거로 내세운다.
교육 여건도 규모의 경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통폐합 이전보다 좋아질 뿐만 아니라, 교원들도 일정수 이상 유지되어 누가 가고 누가 오느냐, 즉 교원인사에 의하여 학교의 교육활동이 급격하게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소규모학교 통폐합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일정 수의 학생과 학급을 기준으로 그것에 미달하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그렇게 바람직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산어촌에서 학교는 단지 아이들을 교육하는 장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학교는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매개로 서로 간에 관심사를 교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교는 지역주민 체육대회, 각종 행사 등이 열리는 지역사회 활동의 중심지이다. 학교가 폐지되어 예컨대, 읍·면단위에 학교가 없게 되면 지역주민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딜레마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중앙정부보다는 시·도교육청이 지금과 같이 지역적 여건을 반영한 자율성을 가지고 그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법령을 개정하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동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이제까지 중앙정부가 교육청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추진을 해당 교육청에 맡겨 놓은 결과, 그 성과가 미흡하였다고 판단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교육청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정책 추진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에는 독립적으로든지, 통합운영을 하든지 간에 '1면 1교',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1군 1교와 같은 원칙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 추진에서 학교급별로 지역의 특성을 크게 고려함으로써 이 정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순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성공하려면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집단으로 하여금 그 정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정책의 효과에 관하여 믿음을 가지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규모의 경제나 규모의 교육의 관점에서 법령으로 획일적 기준을 정하고 무조건 기계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교육청으로 하여금 학교급별·지역적 특성을 크게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게 적절하다. 그게 농산어촌과 그 지역의 교육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