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식 /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인천경제는 2000년대 들어 지방자치제가 정착되고 세계화와 지방화가 결합된 세방화(glocalization)가 확산됨에 따라 수도권 배후도시 경제로서의 한계를 탈피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2001년에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계기로 물류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2008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본격적인 개발을 통해 바이오, IT 등의 첨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한편 인천지하철,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등 대규모 토목건설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가 다시 부각될 조짐이 있는 등 세계경제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으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일부 지체됨에 따라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외 여건하에서 인천경제의 현실과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에 적합한 중장기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은 지역경제 주체들이 당면한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구체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5월 초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지역경제의 성장 및 산업구조에 관한 종합지표인 GRDP(지역내총생산)의 변화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한 다음 인천경제의 해법을 제시한 내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0년 이후 인천경제의 주요 특징은 첫째, 지역내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지역 제조업의 실질 GRDP는 2000~2010년중 연평균 0.4% 성장에 그쳐 전국수준(6.4%)을 크게 하회하였다. 이는 수도권 규제 등으로 국내 성장을 주도한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지역내 진입이 막혀 있는 반면 식료품, 가구 등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비재 산업의 비중은 높아지는 수도권 배후도시로서의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지역내 건설업 및 서비스업의 성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인천지역 이들 산업의 실질 GRDP는 기간중 각각 연평균 5.7%, 6.9% 성장하여 제조업의 성장 정체를 상당부분 완충해 주었다. 다만 서비스업의 성장은 단순 소비산업이 아닌 성장가능성이 큰 물류산업이 주축이 되고 있어 바람직하나 건설업의 경우 변동이 심한 부동산경기 등에 민감하여 해당산업의 경기부침이 극심함에 따라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셋째, 지역내 총소득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명목 GRDP 대비 지역내총소득의 비중은 2000~2010년중 평균 92.6%로 나타나 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일부가 역외로 순유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의 역외유출 현상은 소비 또는 재투자 여력을 축소시켜 지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지역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인천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부가가치형 가공조립 및 최종재 생산비중을 확대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내에 바이오산업 및 로봇산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테크노파크 등 복합산업단지 및 첨단산업 클러스터 등을 조성함으로써 제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지역내 대형 인프라 구축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되 인천지역 구도심의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사업, 친환경 도심개발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여 건설업의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져야 한다. 아울러 지역내 서비스업의 경기대응력을 높이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근접도시로서의 성격, 중국과의 인접성, 도서지역이 많은 지역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조업 연계 지식기반 전문서비스업, 국제업무·금융서비스 산업, 고품격·친환경 관광산업 등을 활성화하고 의료산업의 고급화 및 대형화, 교육산업의 글로벌화 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서비스업의 전략적 다각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한편, 소득의 역외유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역외주민들의 지역내 이주 유도, 역내 서비스업의 다각화와 연계한 고품격 쇼핑센터, 호텔, 의료기관, 문화시설 등의 유치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맞추어 제시된 발전방안을 지역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토대로 끊임없이 가다듬는 한편 한정된 정책자원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투입하여야 한다. 바로 지금이 인천경제의 도약을 위해 다시 한 번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