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호 / 경기도 복지정책과, 복지기획담당
녹음의 계절 6월은 우리 역사에 호국 보훈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달이다. 현충일이 있고,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달이며, 10년 전 제2연평해전이 있었던 달이다.

지난 5월 18일 필자는 이천 호국원에서 월남전 참전자회가 개최한 참전유공자 호국 위령제에 참석하게 됐다. 그곳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지난 세월을 보이는 주름진 얼굴들이 모여 6·25 참전과 월남전에서 희생한 동료, 선배, 후배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있었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알아보니 호국원에서는 매일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하루 평균 20~30기가 안장된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6·25에 참전했던 유공자들이 한 분 두 분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과 함께 전쟁의 참혹한 기억들도 함께 퇴색해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분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6·25의 아픔도 월남전의 기억도 기억해 주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안장되는 호국 영령들은 다행이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아직도 자신을 초개와 같이 바친 영령들이 제 고향을 찾지 못하고 옛 전쟁터를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1950년 12월 6·25 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장진군에서 꽃다운 인생을 접은 당시 미 7사단 18세 김용수와 34세 이갑수 등 11명의 장병은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산화했다. 그 후 62년이 지난 올해 5월 25일 험난하고도 기나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참전자의 유골이 계속해서 돌아오는 한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터를 배회하고 있는 이들 유공자를 모두 찾아 고국에 묻는 그 날이 바로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 온 것이라 하겠다.

우리의 6월은 자신들을 한 송이 꽃처럼 산화시킨 값진 희생과 헌신을 정말 가슴깊이 새기고 감사하고 있는지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다. 이분들이 초개와 같이 바친 목숨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 아닌가? 이를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월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또 있다. 이름도 생소하던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남의 땅에서 숨져간 수많은 UN참전국 용사들의 뜨거운 희생이다. 나와 가족을 지켜주고 우리나라를 오늘날과 같이 자유를 수호하는 경제 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희생한 국내는 물론 외국의 참전 용사들에 대해서도 좀 더 가슴 깊은 감사와 예우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탈북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어느 70대 할머니는 황해도에서 살다가 4년 전 딸을 따라서 탈북한 후 북에 두고 온 두 아들과 손자, 며느리가 굶어 죽지는 않을까? 가족이 남으로 넘어간 것을 들켜서 고문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4년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은 우리 땅을 갈라놓았고, 가족을 생이별시켰으며, 이후에 북에서는 자유를 찾아서, 먹고 살 길을 찾아서 수십만 명이 탈북하여 전 세계를 헤매고 있다.

호국보훈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기념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6·25 전쟁의 아픈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호국 영령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간절한 소망인 통일을 기원하며 경건한 6월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