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완근 / 서울지방보훈청장
국가보훈업무에 종사하는 공직자로서 한해 중 가장 중요하고 바쁜 한 달인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됐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는 국립서울현충원은 6월에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현충일 추념식 등 매년 큰 행사를 치르고 난 다음날에는 안도감과 함께 감사한 마음에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지날 때면 생각나는 한 장면이 있다. 수년 전 6월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뵌 어느 미망인이셨는데, 백발에 하얀 소복을 입고 오신 분이었다.

추념식이 끝나고 난 후 모처럼 방문한 현충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펴보는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아까 보았던 하얀 소복을 입은 백발의 할머니가 보였다. 말을 걸어 볼까하다 처연한 광경에 차마 가까이 갈 수 없어 멀리서 쳐다보았다.

자녀도 없이 단신으로 오신 할머니가 연신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으시며, 눈물을 훔치시는 모습에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눈물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회루(悔淚), 향루(鄕淚), 감루(感淚), 별루(別淚), 이루(離淚), 비루(悲淚), 애루(愛淚), 분루(忿淚) 등 그 종류도 많은 눈물을 통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할머니가 흘린 눈물은 6·25전쟁 당시 돌아가신 남편을 마음 속 깊이 사모하여 뜨겁게 흐르는 눈물에다 이별로 인한 슬픔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해마다 6월이 되면 그 슬픈 장면이 문득 생각난다. 또 현충원을 지날 때면 가끔 그곳을 한번씩 쳐다보곤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거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보훈가족들을 떠올리며 현재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번영의 기틀이 그분들에게서 비롯됨을 깨닫고 감사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것은 말 그대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안보현실을 보면 국가의 장래에 대한 많은 걱정과 우려가 표면화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단지 안보의 중요성을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 상황을 사실에 근거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고려하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좁은 국토와 적은 지하자원, 분단된 국토라는 물리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 자본의 투자 없이 우리의 자본만 가지고는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뤄 나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안보환경을 공고히 하고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한 한·미동맹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호국보훈의 달 한 달 동안 현충일을 비롯한 6·25전쟁 기념식, 제2연평해전 기념식 등의 정부기념식과 많은 문화·체육·종교행사, 위로·위문행사를 통해 보훈가족을 돌아보는 일을 해야 한다. 6월 한 달 행사 일정표에는 매일 행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빼곡하다. 행사 준비로 바쁘고 긴장된 나날의 연속이겠지만 보훈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헌신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갖추고 호국보훈의 달을 지내려 한다. 더불어 모든 국민들이 이번 한 달만이 아니라 연 중 보훈가족을 생각하고 늘 그분들의 공헌과 희생을 기억하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