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발표한 예정 공시지가에 따르면 작년 전국 땅값은 4.47% 올랐다. 그보다 먼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이 시기에 서울 0.03% 하락, 경기도 1%, 지방 10~40%, 전국 4.3% 상승했다. 그러나 다른 조사들에 따르면 작년 수도권 아파트값은 꽤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공시가격이 시가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는지 정부는 한 달 전에 또다시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 보금자리아파트 전매제한 완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 그런데 5·10 대책을 놓고 경기부양론자와 규제강화론자가 서로 상반된 주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경기부양론자는 수도권아파트시장 침체가 심해 5·10으로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약하다고 한다. 반대로 규제강화론자는 정부발표 기준 최근 주택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므로 규제를 강화해야지, 왜 완화하느냐고 따진다. 이 따짐에는 미국 주택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비판받고 있는 추세에 맞춰 우리 역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동산값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던 IMF 사태 직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신자유주의로 보았다.

과연 옳은 시각일까. 그 당시에도 세계적으로 드문 개인의 토지이용전용 엄정한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불합리한 개발이익환수제, 1가구1주택자의 차별적 양도세 부과, 토지 및 일반건물에 대한 경직적 양도과세, 주택임대차소액보증금 보호제, 주택임대료증액상한제, 개발택지의 제한적 원가공개제 등이 존재했다. 지난 40여년 중 규제가 가장 약했던 그때 상황만으로도 우리 부동산권 규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극심한 통제주의에 해당했었다. 그런데도 이를 신자유주의라 일컬은 것이다. 게다가 폭력적 주거재산권 규제를 가한 노무현정부의 규제마저 신자유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참으로 논리 굴절의 정도가 매우 심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애초 부동산권 규제가 갖는 주택값 조절효과는 기대할 만한 게 드물다. 그런데도 규제 해제만으로 경기부양을 하자는 외침이나 무조건 규제 증대만이 능사라고 외치는 주장 대부분은 허구적 규제만능주의에 물든 면이 있어 상호 소음만 증폭시킨다. 이러한 논쟁 속에 수십에서 수백만 가구인 하우스푸어들의 한숨은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요즘 수도권아파트시장 침체는 이전의 과도한 상승 뒤에 오는 조정 후유증, 그리고 현 정부에 의해 생산비가 불공정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이 시장교란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공급된 수도권 외곽 수많은 대형택지 대부분이 불황의 강한 찬바람을 맞고 있다. 개발과 금융 주무부처들이 국민을 상대로 한바탕 투기광풍을 벌인 후 폭풍이기도 하다. 그러함에도 5·10에 뜻밖에 눈에 띄는 조치가 있었으니, 바로 보금자리 전매제한 완화다.

최근 정부가 개발·분양한 택지와 그 위 건물을 구입한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당하고 있는데도 그 원인 중 하나인 보금자리 분양경쟁률 높이기에만 정신 팔린 이기적 대책이 끼어있는 건 충격이었다. 이것이 요즘 우리 공권력의 도덕적 수준이구나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씁쓸해진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에서의 생산과 무관한 베드타운 건설은 그동안 정부가 무모하게 팽창시킨 수도권에서 벌이는 또 다른 최악의 개발이다. 환경, 교통문제가 매우 심화될 우려가 높을 뿐만 아니라 1, 2차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열악한 3차 산업들이 과잉 난무하는 수도권을 더욱 퇴행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짓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기심들에 의한 갈등 가운데서도 한 줄기 희망을 주는 변화도 있다. 요즘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이자율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 현상이다. 내림 폭은 아직 매우 작다. 급증한 하우스푸어들의 파산이 국가의 장기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하는 위기감에 공공기관으로서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반응이기만을 기대한다. 그러므로 주택담보대출을 무한 확대하거나 혹여 국제투기자본이 우리 부동산시장을 뒤흔드는 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이자경감이 긴요한 시기에 은행 자율적 이율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바람직하다.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십분 활용, 주택값의 30~50% 이내만을 제1저당으로 하는 모든 우량주택금융에 대해서는 대출이자를 가시적으로 내릴 수 있게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개인의 주택금융상환여력의 회생, 아파트값 변동 연착륙 유도, 주택금융시장 및 국가재정건전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