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처음으로 건설된 오봉산 생태통로가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 확포장공사로 인해 철거된 후 1년 넘도록 대체 생태로 없이 방치돼 있다. /임열수기자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 개통 이후 설치돼 국내 최초의 생태통로(Eco-bridge)로 주목받았던 '오봉산 생태통로'가 고속도로 확포장 공사 과정에서 철거된 뒤 대체 통로도 없이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새 생태통로는 고속화도로 확포장 이후인 올해 말에나 준공이 예정돼 야생동물들의 서식처 파괴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6일 경기도건설본부에 따르면 도건설본부는 지난해 3월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의 고고리 구간 4차로를 6차로로 넓히는 과정에서 오봉산 생태통로(폭 25m, 길이 50m)를 뜯어냈다.

오봉산 생태통로는 1992년 11월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가 개통된 뒤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달리는 차량에 치여 죽는 일이 빈발하자 1998년 국내 최초로 건설된 생태통로로, 오봉산에서 서식중인 참개구리와 두꺼비 등 양서류 6종을 비롯해 족제비, 멧토끼 등 포유류 12종, 아무르장지뱀과 누룩뱀 등 파충류 5종 등 야생동물의 유일한 이동 통로 역할을 해 왔다. 또 고속화도로 건설로 끊긴 한남정맥을 이어준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고속화도로 확포장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당시 대체 생태통로 건설이 제외되면서, 오봉산 생태통로가 철거된 지 1년이 넘도록 이 지역 야생동물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왕~과천간 고속화도로는 하루 차량통행량이 10만대에 이를 정도로 통행량이 많아 야생동물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대체 생태통로를 만들려면 총사업비가 증가해 통행료 수입을 올려야 하고, 공사기간 중 교통흐름에도 지장을 주는 등 복합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올 12월 6차로 확장공사를 마무리하면 새 생태통로(폭 31m, 길이 70m)를 준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 전문가들은 "생태통로는 야생동물들의 이동로이자 먹이를 구하러 가는 길인데, 대체 생태통로도 마련치 않고 끊어 놓는 것은 서식처 파괴이자 범죄행위"라는 입장이다.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국내 최초의 생태통로가 아무 대책도 없이 철거된 만큼 향후 다른 생태통로를 철거할 때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야생동물들의 '로드킬'을 부르고, 교통사고 위험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