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광석 / 사회통합 이주민지원센터 소장
대한민국 귀화자가 10만명, 결혼이민자 가정의 자녀도 15만명을 넘어선 한국은 다문화사회의 문턱에 서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 모두는 함께 사는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며, 정부는 한국사회에 꼭 필요하며 기여를 하는 이민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최대한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한국 내 장기체류를 위한 방편은 귀화 또는 영주자격 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귀화자는 10만명을 넘었지만 영주자격을 취득한 이민자는 7만여명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를 감안하면 그 증가 폭이 미미하다. 또한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영주자격 취득자인 결혼이민자는 1만7천여명, 고액투자자, 첨단 분야 과학기술 소유자 등 해외 우수인재 유치는 고작 100여명에 불과하다. 영주자격과 귀화 제도가 신청 요건, 취득과정은 비슷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며, 해외 친인척의 초청자격 등 많은 권리가 주어지는 귀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주권제도는 사회통합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장기체류외국인의 관리 및 사회통제를 위한 성격이 짙다. 화교나 결혼이민자뿐만이 아닌 모든 이민자에 대해서 단계별 사회통합을 위해 영주권의 신청·취득을 귀화의 전 단계로 연동하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이러한 '영주권 전치주의'는 안전한 생존권확보를 위해서 귀화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결혼이주여성 및 장기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주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영주권 취득 시 체류기간 만기 때마다 체류연장을 하지 않아도 되며, 꼭 귀화를 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추후 한국으로 귀화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 후 결정할 수 있어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현행 귀화제도는 이민자들의 장기 체류방편으로 남용되어 준비가 부족한 국민을 양산할 수 있으며, 미래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귀화제도 남용방지 및 예비 국민에 대한 검증강화로 건전한 국민확보와 국익향상 도모가 절실하다. 귀화는 외국인을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질 국민으로 인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역사, 정치, 문화 등에 대한 폭넓은 소양을 갖춘 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모든 이민자에게 적용해야 하며 결혼이민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영주권 전치주의'도입과 관련해 영주권의 부여시기는 해외고급인력 및 결혼이민자 등 한국사회에 꼭 필요하거나 큰 기여를 하는 이민자에게는 유예기간 없이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영주권 취득 후 최소 3년 이상 적응기간을 거쳐 귀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외 이민자의 영주권과 귀화를 위한 요건 등에 관해서는 이민자의 체류 목적에 따라 차등적용이 필요하므로 이민선진국의 사례연구와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오랜 이민역사를 가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2차 대전 이후 유입된 이민자에 대해 소극적 정책 또는 복지차원의 지원에 의존함으로써 이민자의 사회 부적응, 빈곤 등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갈등을 경험했다. 따라서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사회는 영주자격과 국적제도를 연동하는 '영주권 전치주의'의 조기 도입으로 미래사회 위험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