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말이 '하늘이 두 쪽 나도…'지만 하늘을 두 쪽 낼 수 있는 건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여름 하늘에 번쩍이는 번개뿐이다. 그 번개의 순간 발전량이 무려 수십억㎾에 달한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가. '전기'의 '電'자가 바로 그 '번개 전'자다. '전기'는 '번개 기운'이고 '전력'은 번개 힘, '전자'는 번개 아들, '전화'는 번개 대화, '전보'는 '번개 알림'이다. 중국의 TV는 '번개 보기(電視)', 컴퓨터는 '번개 뇌(電腦)', 영화는 '번개 그림자(電影)', 감전사는 '전사(電死)'다. 더욱 웃기는 건 신문 꼭대기 날짜 표시 가로줄을 '번개 대가리(電頭)'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일본에선 또 엉뚱하게도 '벼 아내(稻妻:이나즈마)'가 번개라는 뜻이고 '벼 아내 모습(稻妻形:이나즈마가타)'이 '번개무늬'다.

어쨌든 전기란 산소, 수소, 태양과 같은 존재에 비견될 만큼 귀중하기 그지없고 전력의 단위인 V나 W는 마치 전기라는 원소 기호와 같다. 그런데 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냉장고와 냉난방부터 걱정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문명은 조종(弔鐘)을 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Bodanis)의 저서 '일렉트릭 유니버스'가 아니더라도 1주일도 못돼 도시는 완전히 마비될 것이다. 그 이유는 블랙아웃―암흑 속에 버려질 인간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보다 실감날지 모른다. 전기를 처음 깨달은 사람은 2천600년 전의 그리스 자연철학자 탈레스라지만 그 후 2천500년을 암흑 속에 살아온 게 인류다. 그런 인류의 진화를 이끈 전기, 그걸 사용한 건 불과 1세기 전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원전 사고 공포에다 전력 부족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다니 이 또한 인간 능력의 한계를 통감치 않을 수 없다. 일본 공무원들은 작년 여름부터 반바지와 반소매 셔츠, 짧은 치마에다 전통적인 샌들인 조리(草履)까지 신고 있고 서울시청 등 우리 공무원들도 이번 여름부터 그런 차림인가 하면 어저께는 정전 경보 사이렌과 함께 블랙아웃 대비 훈련까지 벌였다. 전 국민의 절전 경각심 지수가 얼마나 올라갈지 두고 볼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