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전기란 산소, 수소, 태양과 같은 존재에 비견될 만큼 귀중하기 그지없고 전력의 단위인 V나 W는 마치 전기라는 원소 기호와 같다. 그런데 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냉장고와 냉난방부터 걱정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문명은 조종(弔鐘)을 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Bodanis)의 저서 '일렉트릭 유니버스'가 아니더라도 1주일도 못돼 도시는 완전히 마비될 것이다. 그 이유는 블랙아웃―암흑 속에 버려질 인간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게 보다 실감날지 모른다. 전기를 처음 깨달은 사람은 2천600년 전의 그리스 자연철학자 탈레스라지만 그 후 2천500년을 암흑 속에 살아온 게 인류다. 그런 인류의 진화를 이끈 전기, 그걸 사용한 건 불과 1세기 전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원전 사고 공포에다 전력 부족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다니 이 또한 인간 능력의 한계를 통감치 않을 수 없다. 일본 공무원들은 작년 여름부터 반바지와 반소매 셔츠, 짧은 치마에다 전통적인 샌들인 조리(草履)까지 신고 있고 서울시청 등 우리 공무원들도 이번 여름부터 그런 차림인가 하면 어저께는 정전 경보 사이렌과 함께 블랙아웃 대비 훈련까지 벌였다. 전 국민의 절전 경각심 지수가 얼마나 올라갈지 두고 볼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