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형 탈모의 원인과 치료

30대 중반인 A씨는 20대 후반부터 진행된 탈모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또래에 비해 어려 보이던 그였지만 탈모가 진행되며 급속하게 늙어 보이는 외모로 탈바꿈했고, 점차 사람들과 만남도 기피하며 자기도 모르게 남들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탈모에 좋다는 샴푸는 기본이고, 약물치료도 받았지만 너무 오래 방치한 탓인지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A씨는 최근 모발이식 시술을 받고 심한 스트레스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머리털이 많이 빠져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 즉, 머리 숱이 적어지거나 부분적으로 많이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탈모라고 하면 나이 많은 중년 남성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남성탈모 환자 가운데 10~30대 젊은층 탈모 환자가 64%를 차지했다. 또 이들 가운데 소위 대머리라고 부르는 '남성형 탈모증' 환자는 약 54%가량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형태의 탈모증 증가 비율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젊은 나이에 남성형 탈모로 이마가 넓어지거나 정수리가 휑하게 비어 있으면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늙어 보일 수 있다. 소위 '머릿발'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일 만큼 한국인은 풍성한 머리와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이로 인해 남성형 탈모 환자는 자신감 상실, 대인기피증, 소심함, 우울증 등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이나 연애에서도 불리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 탈모치료제 복용 전

▲ 탈모치료제 복용 8개월

남성형 탈모는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가진 유전적 소인이나 남성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성별에 관계없이 청소년기 이후에 발생하고 일반적으로 20대 중반부터 탈모가 시작되는데 생리적으로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머리 숱이 줄게 되면서 탈모가 진행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서구식 식습관과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탈모의 시작 연령도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남성형 탈모의 초기 증상은 머리 굵기가 가늘어지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또는 머리 뒷부분에 비해 이마, 혹은 정수리 쪽 머리가 가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면 머리가 많이 빠지지 않더라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초기 탈모라면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의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은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먹는 치료제(피나스테라이드, 두타스테라이드 성분)는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 합성을 줄여 탈모를 치료하는 원리다. 또 바르는 치료제(미녹시딜 성분)는 두피의 혈액공급 증진 등을 통해 가는 머리카락을 굵게 하여 모발 생존을 돕는 원리로 치료한다.

초기 탈모는 약물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지만, 중기 이상 탈모 환자라면 자가 모발 이식을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모발이식은 탈모가 잘 일어나지 않는 자신의 뒷머리 부분의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식 후 3~6개월 정도 지나면 심어진 모근이 정착해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게 된다.

심각한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남성들은 탈모 증상 자각 후 평균 7.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탈모 환자가 병원을 늦게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탈모방지 샴푸와 화장품 등을 치료제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샴푸나 헤어 크림 등은 사용목적이 치료보다는 '피부, 모발의 건강유지 및 증진'에 도움을 주는 의약외품이다. 따라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치료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탈모 환자는 '조기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모 증상이 의심되면 망설이지 말고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탈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Tip]지키자! 탈모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1 고칼로리, 고지방음식을 삼가고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식사 습관을 갖는다. 검은콩, 검은깨, 호두, 두부, 우유, 김, 고등어, 다시마, 사과, 포도, 쑥갓, 버섯, 호박 및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 일상 생활 중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즉 적당한 운동이나 산책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다.

3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금한다.

4 파마, 염색 및 헤어스타일링 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두피를 항상 청결히 한다.

5 탈모가 의심된다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다.


/도움말=아주대병원 피부과 장용현 교수

/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