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금 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8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곤두박질치는 집값에 세계 경기불황까지 겹쳐 연체율은 이미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28일 금융당국 및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총 306조5천억원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은 무려 76.8%다. 액수로는 235조4천억원에 달한다.

   120조2천억원(39.2%)은 분할상환대출이지만 원금 상환시기가 아직 남아 있는 대출이다. 나머지 115조2천억원(37.6%)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대출이다.

   내년부터 '빚잔치'를 해야 하는 채무는 120조원을 넘는다.

   306조원의 주택대출 중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128조원에 달한다. 전체 주택대출자의 42%에게 원금상환 시기가 임박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일시상환대출은 금융기관이 대부분 만기 연장을 해주고, 거치기간이 끝나 원금을 갚아야 하는 대출도 장기 분할상환이 대부분이어서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대출은 10~20년의 장기 상환이 대부분이어서 원금 상환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간 연구소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결과로는 이자만내던 가구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평균 49.1%에 달한다.

   주택대출자라면 소득의 절반 가까이 빚을 갚는 데 쓰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House Poor)'로 전락하는 처지가 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진성 박사는 "너무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마음을 놓아서도 안 된다. 가계의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연체율 추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체율 추이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올해 4월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 주택대출은 0.79%에 달한다. 금융위기 여파로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2009년 2월(가계대출 0.88%, 주택대출 0.69%)보다도 높다.

   더구나 연체율 추이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 머잖아 1%를 넘을 지도 모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지점마다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실물경기 침체, 원금 상환시기의 도래, 집값 하락으로 인한 담보인정비율(LTV)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고소득층은 괜찮지만, 저소득층은 주택대출 부실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자 경감이나 채무조정 등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제언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