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하는 임모(47)씨는 지난해 부모님이 차례로 병원에 입원하자 사는 빌라를 담보로 7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임씨는 매달 수십만 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푼돈 들어올 일보다 목돈 나갈 일이 더 많은 탓에 원금 상환은 그냥 '나중 일'이라고 생각할 뿐, 엄두도 내지못하고 있다.

   임씨처럼 소득이 생활비+원리금 상환액보다 적어 원금을 상환하려면 새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서민들이 많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임씨처럼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분할상환대출 중 거치상환기간인 대출ㆍ일시상환대출 포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전체 대출의 76.8%, 금액으로는 약 234조4천억원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보면 원금 미상환 가구가 원금을 상환하면 상환부담비율(경상소득 중 연간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49.1%로 상환 전의 두 배로 뛰어오른다.

   특히 수년 내 원금상환이 시작되면서 위험도가 올라가는 이른바 '잠재적 위험군'도 우리나라 전체 부채의 12.7%, 약 75조원을 차지한다.

   빚을 짊어지고 살 뿐, 빚을 줄이기는 어려운 서민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사정이 심각하다.

   경기침체로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드는데 집값까지 지속적으로 내려 담보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로는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이 보합세를 보였다.

   전국 기준으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월과 비교해 변화가 없거나 소폭으로 상승(0.0~0.2%)하는데 그쳤다.

   서울과 수도권은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광역시와 기타 지방도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에서 기존 대출을 전액 연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서민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이 '시한폭탄'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일시상환대출이나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은 최근 3년간 매년 1~3%포인트씩 소폭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 구조를 더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당국과 금융기관이 다양한 정책과 금융상품을 통해 가계대출 구조를'양질'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금융연구원 노형식 연구원은 "부채구조를 일시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험성이 큰데도 서민들이 떠안고 사는 대출이 적지 않아서 당장은 부담되더라도 원금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것이 대출구조를 개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