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가계대출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천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연체기간이 짧은 채무자의 빚부터 선제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911억원(2012년 3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 164억원(2012년 5월 기준)으로 모두 1천75조원에 달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는 있으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가 지난 3월 말 현재 66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50만명은 3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월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85%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6년 10월의 0.94%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도 1.08%에서 1.21%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표명한 데도 사안의 심각성이 반영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간부회의에서 "거치기간을 연장하는 관행으로 실질적으로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80% 수준에 달한다"며 가계대출 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충남대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에서 "가계부채, 자영업자 대출, 저소득ㆍ저신용층 대출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당장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나 대내외적 불안, 부동산 시장 악화, 고령화 등 불안요인이 있는 만큼 갑자기 터질 수 있다"며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채가 불어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해 개인파산이 늘어나고 아예 파산신청을 하려고 빚을 더 내는 사람도 생겨나는 등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고 있다. 당국이 나서서 빚을 선제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1월 4천466건, 2월 5천314건, 3월 5천774건, 4월 5천579건, 5월 5천559건으로 예년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으나꾸준히 5천여건 안팎의 높은 수치를 지속하고 있다.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신용회복위원회는 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은 1~3개월, 개인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자를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은행권 공동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가 반복되는 저신용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담보가치가 추락한 주택담보대출자와 다중채무자 중 연체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부실 위험군도 그 대상에 포함해 더 많은 채무자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가계부채 고위험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전체 가구의 3.5%에 해당하는 30만7천가구가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프리워크아웃으로 잠재적 부실 위험군의 채무를 미리 조정하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드는 등 은행 건전성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신복위에서 진행 중인 프리워크아웃은 대상이 다소 협소하므로 단기 연체자에 주안점을 둔 프리워크아웃이 시행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금융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이 시행되면 가계의 연체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가계의 소득이 계속 변변찮으면 프리워크아웃으로 가계를 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은행 프리워크아웃은 1천조 대출폭탄 '안전핀'
"연체 줄이는 효과 있으나 소득증대책 병행해야"
입력 2012-06-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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