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열 / 경기도 친환경농업과, 이학박사
오랜 가뭄으로 대청호 수위가 낮아지면서 1980년 댐 건설 당시 수몰됐던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의 옛 군북초등학교 건물 잔해가 모습을 드러낸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대청댐은 지난해 6월 27일 78m의 수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3m나 낮은 65m밖에 안 된다고 한다. 사라진 학교 바닥 구조물과 콘크리트 계단이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바닥을 드러낸 산정호수 사진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평상시 192만t의 물이 차 있는 산정호수의 물은 현재 가뭄으로 30만t만 남은 상태다. 2001년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 100년 만의 가뭄이라는 수식어가 헛 말이 아니다.

가뭄을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이다. 도시민들이야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마당에 가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리 없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5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강수량이 25.8㎜로 전년 256.1㎜, 평년 226㎜에 비해 10배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를 1년치로 추산하면 사하라사막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끌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말라가는 저수지의 물이다. 26일 기준 도내 저수지 365곳의 저수율은 30.2%로 매일 0.5%가량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15~20일 사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가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농작물 재배다.

다행히도 경기도 논 면적 9만1천478㏊ 중 99.99%가 현재 모내기를 마친 상태다. 가뭄이 심한 화성시 남양과 서신 등의 12㏊(0.01%)만 아직 모를 심지 못했다. 모내기를 마친 논 가운데 0.26%인 239㏊가 현재 물 부족으로 고생 중이다. 밭은 총 6만920㏊ 가운데 0.3%인 186㏊가 작물 시듦 현상을 보이고 있다.

30일 전후로 강우가 예상된다는 기상 전망이 나와 그나마 희망적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던가. 이처럼 가뭄이 재앙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고대처럼 기우제를 지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경기도는 가뭄 극복을 위해 이달 들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도는 가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14일부터 도, 시·군, 유관기관 50개소 350명으로 구성된 가뭄 재난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농작물 가뭄 대책으로 지금까지 191곳에서 관정 등 긴급용수를 개발했고, 저수율 30% 미만인 저수지 35곳의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양수장, 제한급수, 임시물막이, 보 등의 설치를 추진 중이다. 또 공무원·군경 등 4천358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양수기·굴착기·급수차 등 장비 3천102대와 송수호스 209㎞를 지원했다. 19일부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대형 소방차 10대를 가뭄 피해지역에 투입해 모를 내지 못하거나 물이 마른 논에 급수하고 있다. 22일부터는 팔당호 원수를 시흥 소래저수지와 물왕저수지에 하루 2만t 내외로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가뭄 극복 대책을 위해 도가 현재까지 투입한 예산은 53억원이다.

하지만 가뭄으로 시들고 메말라버린 농심을 어찌 다 어루만질 수 있으랴. 해갈의 열쇠는 오직 하늘이 쥐고 있는 터. 26일 파주시 적성면에서 대형 관정이 뚫려 지하수가 콸콸 솟구친 순간을 그래서 잊을 수 없다. 시름에 잠겼던 농민들 얼굴이 금세 환해지는 모습에 가뭄 극복을 위해 땀 흘린 이들의 마음 역시 오랜만에 넉넉해졌다. 땅에서 솟구친 물줄기에 이제 하늘이 대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