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원 / 경제부 차장
속담에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있다.

맑게 갠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경우처럼 있을 수 없거나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당하는 재앙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맑은 하늘 자체가 날벼락이다. 가뭄, 가뭄이다. 농심은 타들어간다. 아니 타들어가다 못해 이제는 말라 비틀어져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지난 토요일 비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며 폭풍전야를 예고하더니 이내 비를 내려줬다. 모내기도 못하고 있던 농민들의 고심을 조금은 덜어줬을 것이다. 이럴 때 '단비'라는 표현을 쓰나 보다. 더 반가운 것은 이번 비가 장마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장마가 늘 좋지는 않지만, 이번만은 예외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여름이면 장마가 찾아온다. 간혹 하늘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가 내린다. 때문에 농작물 피해도 상당하다. 7월 말께에는 태풍도 찾아온다.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태풍은 대부분 동해안을 거쳐 지나가지만, 간혹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우도 있다.

태풍이 지나가면 농작물은 물론 건물 붕괴 등 각종 사고를 일으킨다. 인명피해도 상당하다. 때문에 태풍이 찾아오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최근 한 달 새에는 차라리 태풍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햇살이 사람들의 마음마저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일반 사람들도 '너무 덥다'의 정도를 넘어 '뜨겁다'는 말을 연일 뱉어냈고, 농민들은 비가 안 와서 모내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번 비는 너무 반갑다. 비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했고, 전 국민이 이번 비를 반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로 비를 내리면 안 될까. 그러나 현재까지 비가 없으면 비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시적이다. 과거 대기중에 특정 화학물을 쏘아보내 비를 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상용화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일까. 비라는 것 그리고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은 내실을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철 과일 및 채소류 등이 맛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를 통해 언제 어느 때나 원하는 과일 등을 먹을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다소의 가격 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가뭄, 분명 시련이다. 장마 또한 기쁨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시련일 수 있다. 그러나 시련 뒤에 느끼는 행복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City of joy'라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한 노동자가 온갖 시련을 겪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뒤에 자신의 조력자였던 의사에게 묻는다. "선생님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가요?" 그러자 의사가 말했다. "그래서 인생이 더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지금의 가뭄도 시련이다. 이 시련을 이겨내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정진의 자세는 그대로 두면서 주변의 시련에 흔들리지는 말자. 이 시련도 다 지나갈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