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씨의 생활은 좀 다르다. 아침엔 석기씨처럼 팀원들하고 차를 마신다. 그런데 점심은 대체로 타부서 사람들하고 한다. 저녁엔 특별한 부서 회식이 없으면 외부인들을 만난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학교 친구도 만나고, 다른 회사로 옮긴 옛 동료도 만난다. 그러다보면 뜻밖에 사진작가도 만나게 되고 방송계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게 된다. 최근에는 리더십연구회에 가입하여 매주 목요일 저녁엔 세미나에 참석한다.
사람 사는 사회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패턴을 보면 크게 석기씨형이 있고 성민씨형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전자를 Bond형(유대형)이라 하고, 후자를 Bridge형(연결형)이라고 한다. 유대형은 한 집단 또는 소수집단과 농도 깊은 만남을 이어나간다. 만난 사람과 또 만나고 또 만난다. 그들 간에는 감정적인 유대가 강하고, 서로 척하면 척이다. 그리고 내 친구의 친구도 나의 친구다. 내 팀원이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연결형은 다르다. 그들은 한 집단에서 생활하지 않고 여러 집단과 연결을 갖는다.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점심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저녁에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고, 서로가 친구로 연결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가령, 내가 연결형이라면, 내가 아침에 A집단에 소속된 사람들하고 만나고 점심엔 B집단에 소속된 사람을 만났다고 했을 때, A집단의 다른 사람들이 B집단의 다른 사람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나를 통해 그들이 연결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연결형이다. 연결형의 사람들은 발이 넓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개방성이 높고, 이질성에 대한 수용도 높다.
그럼 유대형이 좋은가? 연결형이 좋은가? 일장일단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대학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고향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심지어 교회를 인연으로 하는 인맥이 중요하다. 그런데 과거의 인맥은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고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생기는 인맥이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정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권력도 나누는 그런 인맥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유대형이 좋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 그런 인맥의 위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핵심이 되고 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또 만나보았자 새로운 것이 없다.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의사들에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이 제조업 사장에게는 기가 막힌 새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경제학자에게로 옮겨오면 새로운 이론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에는 연결형이 실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한 집단에서 끈끈하게 생활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을 다채롭게 만나는 사람이 아이디어도 많고, 생산성이 높다. 심지어 사람들의 통화패턴을 조사해보니 지역주민들이 외지인들과 시외통화를 많이 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전혀 새롭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연결형의 위력은 바로 이런 사회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물론 유대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 보라. 주소록에 이질적인 사람의 숫자를 늘려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