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십정동 달동네'. 여름 장마 피해가 우려되는 한 주택의 지붕을 천막으로 덮어 놓았다. /임순석기자

"올해는 제발 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지난해 옆집이 무너져버린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몰라."

올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표순길(62)씨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표씨가 세들어 사는 부평구 '십정동 달동네'(십정2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은 지난해 7월 폭우에 무너진(십정동 216의87) 주택 바로 옆집이다. 그는 "옆집이 무너지기 전까지 언제 무너질까 불안해 밤낮으로 잠을 설치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며 "올해 장마로 동네 또 어디에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에서 2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달성(58)씨도 "해마다 불안불안 했는데 지난해 집이 무너졌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었다"며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이 금방 망가진다는데 하루가 다르게 빈집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평구 갈산동에 있는 아파트형공장 우림라이온스밸리 입주업체들도 과거 큰 물난리를 겪은 적이 있다. 지하 1층에 입주한 CNC업체의 대표 A(58)씨는 "공장이 주변 도로보다 낮게 설계되다 보니 부평공단의 빗물이 다 이곳으로 몰려들어 난리가 났었다"며 "지난 2010년 추석에는 공장이 물에 잠겨 1억5천여만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원받은 거라곤 구청에서 지급해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전부였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수해 복구 등을 하다 쌈짓돈인 예비비까지 거의 바닥나 애를 먹었던 부평구는 재정난 속에서도 올해 장마를 대비해 47억원의 예비비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예비비 확보는 물론 침수에 대비해 새로 구매한 170대의 양수기를 각 주민센터에 배치하고 하수관거를 준설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도심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구 도화동의 한 노후 빌라 주민들도 붕괴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지어진 지 20년 가량 된 빌라인데, 언제부턴가 지상 주차장 바닥과 건물 일부 외벽에 심하게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지면, 지반까지 약해져 자칫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금은 아예 매매까지 끊겨 이사를 갈 처지도 못된다"며 "장마철만 되면 무슨 사고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걱정했다.

장마철 비 피해를 빗겨가지 못하는 것은 구도심 만이 아니다.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도 지난해 '때아닌 물난리'를 겪었다. 송도의 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는 외벽을 기존 콘크리트나 벽돌 대신 알루미늄 등을 사용한 커튼월(curtainwall)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 주상복합아파트에선 계속해 비가 새는 현상이 빚어져 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성호·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