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MB의 형님이자 영일과 포항 출신 모임인 '영포 라인'의 정점으로 군림한 이상득은 글자 그대로 '君臨'이 약여(躍如)해 '상왕'이라는 호칭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퇴위한 상왕(太上王)들은 금상(今上)―현왕(현재의 임금)의 입장을 고려해 거의 정사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상득 상왕'은 상왕이라기보다는 금상 머리 위에 올라앉은 큰 왕(大王)격이었고 그야말로 쥐락펴락 권세를 누린 '큰 대통령' 격이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라 '권불5년'인가, 그의 권세 종착역의 행선지는 당초부터 예약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닭과 개가 승천한다(鷄犬昇天)'는 중국말이 있다. 권좌에 오르면 그 식구들도 권세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왕은 가족과 친인척부터 단속, 정화(淨化)하는 게 먼저요 기본이다. 일본 신문에 난 상득의 한자는 '相得'이었다. 서로 마음에 맞고 득을 본다는 뜻이니 얼마나 절묘한 이름인가.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이상득씨와 이정권의 시니타이(死に体)가 가속됐다'는 언급도 흥미롭다. '시니타이'란 씨름에서 공격을 받아 몸의 균형이 허물어진 상태다. 그렇다면 그의 아우 MB의 권세 종착역, 그 행선지는 또 어디쯤일까가 관심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