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 /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연일 수도권아파트 담보대출의 부실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단지별 신규아파트 집단대출이 가장 악성으로 꼽히고 있다. 수도권아파트값의 가파른 하락으로 인한 현상이다. 원인으로 경기적 변동, 주택지 과잉공급, 해외 부동산금융위기 여파 등을 든다. 주택시장을 투자(投資)로 본다면 참여자들은 국민, 기업, 공기업을 앞세운 정부, 외국자본가 등이다. 이들은 주택개발이나 보유를 위한 투자자들이다. 이들 행위 중 어떠한 투자가 문제였을까. 국민 대다수 가구는 자기 전재산 중 70%이상을 내집마련에 투자해왔다. 이들 투자가 장기적으로 국토계획이나 부동산가격을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적은 거의 없다. 값이 더 오를까봐 빚내서 집을 사기도 하고, 값이 내릴까봐 전세로 눌러 살기도 한다.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서 일반기업과 더불어 가격변동에 순응해온 착한투자(善投資)다.

반면, 국토계획과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사회경제적으로 나쁜투자(惡投資)가 있다. 정경유착형 개발비리 투자, 일부 가구의 과다주택 투자, 최근 미국 공인기관에서 인정한 불량상품인 부동산금융상품투자, 그리고 적정한도를 초과한 대량의 주택지 공영개발투자다. 특히 수도권아파트시장 파행은 악성 새 개발단지에서의 집단대출에서처럼 택지의 과잉개발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자율로 맡길 일을 공익사업이라는 미명아래 공기관을 통해 국토계획을 교란해가며 베드타운형 수도권 신도시들을 수십 년 동안 양산해왔다. 1980년대 초기까지는 서울 개발제한구역 이내의 빈 땅을 개발해왔다.

88올림픽 후부터는 개발제한구역 밖으로 신도시개발이 시작되었다. 외곽이 넓어지면 중심지 집값은 오히려 더 높이 상승하는 걸 간과한 광풍개발이 전개된 것이다. 그나마 1970~80년대 도심재개발로 주춤했던 지방인구유입이 1990년대 신도시개발 때부터 상황이 반전되면서 수도권은 더욱 크게 팽창되었다. 물론 최근에는 인구증가가 한계에 이르고 유출마저 발생한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는 도심주택값이 오르는 곳의 주택재건축을 억제하면서까지 미니신도시 짓기에 열을 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나쁜투자는 멈출 줄 몰랐다. 오히려 정도가 과거보다 훨씬 파렴치해졌는데 개발제한구역에 보금자리 짓기가 그것이다. 이미 자신들이 후원 분양한 외곽 신도시들이 어려움에 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지에 보금자리를 지어 상호 경쟁시켜 놓았다. "강남과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라고 외쳐왔던 장관들의 말을 믿고 외곽 신도시에 투자했던, 생산원가 경쟁력 면에서 플라이급인 착한투자가 헤비급인 보금자리공급과 싸움하여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의 보상가치만 올려놓았을 뿐, 착한투자자들이 금세 녹다운되어 경쟁상대마저 사라지자 결국 보금자리까지 흥행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에서의 파행적 국토계획이나 값 변동 교란은 나쁜투자가 원인이었다. 그러함에도 과거 정책여론을 주도해왔던 일부단체나 국회 등에선 착한투자만을 대상으로 별 희한한 규제들을 양산해냈다. 언제나 투명하게 자신의 거래를 드러내는 착한투자에겐 맹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곤 했다. 반면에 공공의 나쁜투자에겐 순한 양처럼 굴었다. 마치 정의란 약자에겐 사납고 강자에겐 부드러워야 하는 듯이 말이다. 앞으로는 착한투자를 돕고 나쁜투자는 통제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가 더 이상 국토계획을 교란하는 과잉공공투자장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에 짓는 보금자리는 공공영구임대주택이 아닌 한 진행된 것 이외에 모두 중단해야 한다. 대신 향후 신규주택 공급은 신도시보다 도시재정비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 공간이 시들면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쇄락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수도권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 스스로 사실상 허물어뜨린 수도권정비계획의 폐지를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개발제한구역은 서울과 경기도민들이 요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산, 연구, 후생, 복지, 휴양공간으로 제한적인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 시기가 지금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