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악화의 최대 주범중 하나가 지방살림에 톡톡한 효자노릇을 했던 전화세의 폐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전화세를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로 전환하면서 지방의 재정주권을 강탈한 중앙정부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대 요구를 묵살한채 중앙집중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2000년 12월 전화세폐지법률안에 의해 1970년대부터 부과해 오던 전화세(전화사용료의 10%)가 2001년 9월부터 부가세로 전환되면서 지방재정은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지방 재정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3면

중앙정부는 당시 "전화세는 1974년 전화 수요 억제 및 전화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전화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금은 오히려 정보사회로 이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있어 이를 부가가치세로 대체하기로 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앞서 1980년대 후반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치세에 해당되는 전화세 폐지 요구가 있었지만 지방자치 시행과 맞춰 전화세가 지방도로나 상하수도정비, 일반폐기물처리사업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지방양여금으로 전액 사용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또한 폐지를 요구했던 단체들도 부가세 등 '세목 변경'이 아닌 '완전폐지'를 주장했다.

중앙정부도 처음에는 전화세 존치 입장이었다. 지방양여세법을 제정한 중앙정부는 1991년부터 전화세 100%(3천406억원)와 토지초과이득세 수입의 50%(578억원), 주세수입의 15%(1천600억원)등 총 5천584억원을 지방양여세의 지방 재원으로 교부했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데는 재정 확대 필요성과 통신사들의 시설투자금 확보라는 그들만의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 '윈-윈(Win-Win) 결과물'이란 지적이다.

실제 전화세 폐지로 정부는 수천억원의 부가세를 확보하게 됐고 연간 1조4천억원(2000년 기준)의 전화세를 부담하던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매입 세액 환급(부가세 환급)으로 연간 6천억원 가량을 되돌려받아 시설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 지방재정 연구원은 "힘이 센 큰집이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작은 집의 곳간 곡식을 가져간 뒤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곡식을 나눠주는 꼴"이라며 "전화세 폐지는 중앙정부의 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으로도 악용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문성호·윤수경기자